곽시양, 조규장 감독 신작 '목격자'서 살인범 태호 역 맡아
"짝사랑남에서 무자비한 캐릭터로…이미지 변신하고 싶었죠"
"'목격자'는 송곳 같아…틈에서 찌르고 나와 크게 번지는 작품"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다수의 독립영화와 로맨틱 코미디로 여러 훈장을 달았건만 몸에 밴 꾸준함의 철학은 여전히 신선했다. 사회가 진로를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시절을 도전 정신으로 살아왔기 때문일까. 스스로가 정한 길에 대한 인내심이, 패기로 가득한 청춘배우들과는 다른 색깔로 반짝였다.

"전 처음에 뭐가 되고 싶은지 몰랐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마냥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군대에서 '최고의 사랑',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연기를 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를 하고 나선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기 위해 발 벗고 다녔어요."

그렇게 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진 게 불과 4년 전이다. 2014년 '야간비행'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 '기분 좋은 날', '칠전팔기 구해라', '오 나의 귀신님', '다 잘될 거야', '마녀보감', '끝에서 두번째 사랑', '시카고 타자기'까지 빛나는 신예를 찾는 현장은 많았고, 곽시양은 그 부름에 응답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달콤하게 스며들었다. 


   
▲ '목격자'의 배우 곽시양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NEW 제공


스크린 컴백은 '굿바이 싱글' 이후 2년 만이다. 곽시양의 얼굴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친근해지려고 하니 별안간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곽시양이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쫓는 살인자 태호로 분한 '목격자'는 대중에겐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하고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 될 수 있겠다.

"그동안 애잔한 짝사랑남 역을 많이 해왔다면 이번에는 무섭고, 무자비하고, 치밀한 캐릭터를 맡았어요. 진짜 무서운 악역을 한 번쯤 해보고 싶었고, 이미지 변신의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촬영을 하면서 완성된 장면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도 하고 생각도 많이 했는데, 영화를 보니 지루할 틈이 없고 쫄깃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목격자'(감독 조규장)는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목격자 상훈(이성민)과 살인자 태호(곽시양)가 서로를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곽시양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대사량이 없는 캐릭터의 특성상 치밀한 내면 연기로 호흡을 이어가야 했다.

"총 대사가 세 마디, 네 마디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직도 대사를 다 외우고 있어요. (웃음) 대사가 부족하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대사가 많으면 저의 캐릭터를 풀어서 말씀드릴 순 있겠지만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으로 동떨어진 인물이니까요. 그래서 대사보다는 눈빛이나 행동을 더 중시했던 것 같아요."


   
▲ '목격자'의 배우 곽시양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NEW 제공


무자비하고 냉혹한 살인범의 심리를 연기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촬영을 할수록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동반됐고, 그럴 때마다 이성민이 구원 투수로 나서 후배의 컨디션을 적극 챙겼다. 곽시양이 촬영을 하며 가장 부담을 느꼈던 신은 어떤 장면일까.

"전 처음이 제일 힘들었어요. 촬영 전 현장 답사를 가서 아파트를 봤는데 굉장히 커 보이는 거에요. 제가 등장했을 때 커 보이고 위압감이 있어야 관객들이 놀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스릴러 요소가 많이 떨어질 것 같고. 그래서 감독님께 이렇게 느꼈다고 말씀드리니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캐릭터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기 위해 무려 13kg을 찌운 곽시양.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정남규의 행적을 샅샅이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정남규를 "한 번의 살인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인물"이라며 '목격자'를 통해 연쇄살인범의 심리에 대해 알게 됐고, 또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전 그냥 연쇄살인범이라면 나쁜 놈 정도로 생각했지 '사람을 어떻게 죽였을까'라는 생각을 못 해봤어요. 그런데 정남규라는 인물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두 달 동안 피해자의 집을 탐방하면서 계획을 짜요. D-day를 정해놓고 특별한 일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알아보고요.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사람이 참 무섭구나' 하고 소름이 돋더라고요."

캐릭터를 준비할 당시 '추격자', '숨바꼭질' 등 한국 대표 스릴러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작품의 장르성을 고려해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곽시양은 "'목격자'는 우리의 옆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이다 보니 가장 평범한 게 가장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운 악역의 탄생을 알렸다.


   
▲ '목격자'의 배우 곽시양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NEW 제공

물론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됐다. 올여름 BIG4 영화('인랑'·'신과함께-인과 연'·'공작'·'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나 워낙 쟁쟁한 대작들과 맞붙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그런 부담도 차츰 지워졌다.

"돈이 많이 들어간 큰 영화에 비해 저희는 자그마한 영화라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재밌고 쫄깃하더라고요.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영화는 송곳 같아요. 어떤 틈에서 삐죽한 게 툭 찌르고 나와서 크게 번지는 영화가 아닐까 해요."


   
▲ '목격자'의 배우 곽시양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NEW 제공


곽시양은 영화 홍보 일정으로 바쁜 요즘이 행복하다.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었던 '목격자' 개봉에 기대가 생기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반응이 궁금하고 감사하다. 

"제가 집에만 있으면 많이 무뚝뚝해요. 많이 심심하고 외로운데. 요 근래 일을 재밌게 하고, 인터뷰도 하고, 영화 홍보도 하고, 이런 데서 생동감을 느껴요.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소소한 행복들이 많이 다가오는 시기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좋은 연장을 갖고 있을뿐더러 그 연장을 다루는 솜씨도 빼어난 곽시양. 작품 활동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열정적인 그에게선 훈훈한 외모만큼 잘생긴 소리만 나왔다. 자신의 길을 공리적인 계산으로 따졌다면 그렇지 못했을 테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곽시양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데뷔 당시에 머물러있었다.

"전 작품을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에요. 절 찾아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찾아가서 일을 하고 있죠.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선 저 자신을 많이 채찍질하고 노력할 뿐이고… 다른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이건 혼자만의 싸움인 것 같아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러다 보니 관객분들이나 시청자분들의 반응에 힘을 얻어요. 그래도 이런 재미가 배우의 삶이 아닐까요."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