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스타트를 잘 끊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밤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객관적인 전력이 앞선 한국의 완승으로 끝난 경기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두 선수의 활약이 있었다. 바로 와일드카드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공격수 황의조(26·감바 오사카)와 골키퍼 조현우(27·대구FC)였다. 둘은 각자 골로, 선방으로 한국 승리의 주역이 됐다. 또 한 명 와일드카드 손흥민(26·토트넘)은 이날 출전하지 않았다. 

뚜껑을 열기 전 황의조와 조현우를 보는 시각은 정반대였다. 황의조는 대표 발탁 당시부터 이날 경기 전까지 '인맥 축구'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김학범 감독이 귀중한 와일드카드 한 장을 황의조에게 건네자 둘이 성남 시절 사제의 인연이 있다는 점을 들어 실력이 아닌 인맥에 의한 선발이라며 비난하는 축구팬들이 많았다.

반면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A대표팀 1번 골키퍼로 떠오른 조현우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들과 견줘도 전혀 손색 없었던 조현우의 월드컵 선방쇼는 아시안게임 무대를 빛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황의조는 반전을 보여줬고, 조현우는 기대에 부응했다. 즉, 둘 다 잘 했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등 해외파 공격수들의 체력을 고려해 이들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고 황의조와 나상호(광주FC)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황의조 카드는 완벽한 성공이었다.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었다. 황의조의 해트트릭과 김진야, 나상호의 골을 더해 한국은 전반을 5-0으로 앞서며 승리를 일찍 확정지었다. 

황의조는 해트트릭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우며 앞으로 활약을 기대케 했다. 상대 문전에서의 위치 선정, 패스를 받기 위해 수비를 따돌리고 들어가는 움직임, 폼이 흐트러져도 슛으로 마무리하는 집요함, 슈팅의 정확도 등 스트라이커로서의 장점을 두루 보여줬다.

조현우는 역시 든든했다. 전반전에는 TV 중계 화면에 얼굴을 내비칠 일이 별로 없었다. 한국이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어 수비하기에 급급했던 바레인이 제대로 된 슈팅을 날리지도 못했기 때문에 조현우는 한가했다.

후반 들어 한국이 선수 교체와 실험적인 경기 운영으로 전열이 흐트러지자 바레인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한국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너무 쉽게 수비가 뚫린 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축구팬들은 조현우의 선방쇼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조현우는 후반 27분 바레인의 역습 과정에서 나온 두 차례 연속된 결정적인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후반 35분 아메드 부감마르의 날카로운 슈팅, 39분 압둘라만 아메디의 강슛도 모두 쳐내며 슈퍼세이브를 연이어 선보였다. 한국은 6골을 넣은 것 못지않게 무실점 승리라는 값진 수확을 올렸는데 다 조현우 덕이었다.

이날 바레인전 한 경기를 통해 황의조와 조현우는 잘 뽑은 와일드카드의 모범 사례를 입증했다. 왜 이번 대표팀이 역대 아시안게임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 바레인전에는 대한민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은 나서지도 않았다. 손흥민의 활약은 개봉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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