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우려 높아 구속해야' vs '다툼의 여지 있고 도주 우려 낮아'…기각시 '빈손 특검' 전망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13기) 특별검사팀이 수사종료 10일을 남기고 김경수 경남도지사(51)를 공범으로 적시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일당의 매크로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하고 이들의 조직적인 댓글 조작 활동을 승인한 후 공모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법조계는 특검팀이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해 일종의 지시를 내렸다는 드루킹 측근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믿을만 하다고 판단해 영장 청구를 결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오는 17일 오전10시30분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와 관련해 특검이 제기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그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당초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를 비롯해 선거법 위반에 따른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는 영장에서 제외했다.

오는 25일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특검은 확보한 물증과 관계자 진술들을 토대로 막판 보강조사에 나선 상태이며, 앞서 김 지사는 이달 6일과 9일 특검에 2차례 소환되어 31시간에 달하는 밤샘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의 혐의 일체를 모두 부인했다.

법조계는 심사 후 재판부의 판단으로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것에 따라 특검 수사기간의 연장 가능성도 달려있다고 보았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허익범 특검에서 수사팀은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들었다"며 "하지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일각에서 지적하더라도 현직 도지사 신분으로 도주의 염려가 현저히 낮은 것 또한 사실"이라며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활동에 김 지사가 전면 부인하고 나선 이상,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을 제기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신중론을 피력했다.

그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영장 발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보는 평가가 높다"며 "영장 청구가 기각된다면 수사 동력을 잃고 빈손으로 특검 활동기간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관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김경수 지사에 대한 전격적인 영장 청구에 대해 "특검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며 "지난 50일간 수사에 전력을 다했지만 이번 영장심사에서 벼랑 끝 혈투 끝에 영장 청구가 기각된다면 특검은 기존 드루킹 일당 외에 건질 것이 없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양측 진술이 엇갈리고 정반대 입장에 선 가운데 재판부의 판단에는 진술에 맞는 물증이 필요하다"며 "드루킹이 올해 2월 김 지사에게 보냈다는 '1년5개월간 의원님께 일일보고 드렸던 기사작업 내용은 8만 건입니다' 메시지 등 관련 물증에 대한 다지기 작업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김 지사는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매크로프로그램 시연을 본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드루킹 일당의 조직적인 댓글조작을 '선플운동'이라고 규정하고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URL 모두 선플운동을 요청하는 차원이었다는 입장인데 이를 깰 만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한 (구속은) 힘들 것"이라고 보았다.

김 지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17일 밤이나 18일 이른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김 지사의 영장 발부로 이달 25일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 전까지 수사동력이 확보되어 연장론이 힘을 얻을지, 아니면 영장 기각으로 인해 빈손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13기) 특별검사팀이 수사종료 10일을 남기고 김경수 경남도지사(51)를 공범으로 적시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