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어이없는 패배로 큰 실망감을 안겼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17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졌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의 이날 선수 기용이나 경기 운영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은 앞선 바레인과 1차전에서는 6-0 승리를 거뒀다. 김학범 감독은 바레인전 대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말레이시아전에서는 6명이나 선발 명단을 바꿨다. 그 가운데 눈에 띈 것이 와일드카드 조현우(대구FC) 대신 송범근(전북 현대)을 골키퍼로 내세운 것이다.

6명의 선발 변경은 수긍가는 측면이 있다. 경기가 단 하루 휴식 후에 열려 선수들의 체력적인 면을 고려해야 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체력 부담이 덜한 골키퍼까지 바꿔야 했는지가 의문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말레이시아는 모든 면에서 한국에 비교가 안되는 상대적 약팀이다. 하지만 1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3-1로 꺾으면서 보여준 전력은 만만찮았다. 한국으로서는 조 1위로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말레이시아를 꼭 잡아야 했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김학범 감독이 송범근에게도 실전 경험 기회를 주고 싶었다면 말레이시아를 꺾고 조1위 안정권을 확보한 후 3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 기용하는 것이 백배 나았을 것이다.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넘버원 골키퍼인 송범근이 제 몫을 해줬다면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지는 망신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전반 4분만에 말레이시아에 선제골을 내줬다. 명백하게 송범근의 실수로 내준 골이었다. 여유로운 상황에서 날아온 공중볼을 송범근이 점프해 잡다가 수비수 황현수와 충돌하면서 볼을 떨어트렸다. 말레이시아의 라시드는 볼을 줍다시피해 편안하게 골을 넣었다.

송범근과 황현수가 호흡이 맞지 않아 충돌한 것도 문제였지만, 골키퍼가 손안에 들어왔던 볼을 간수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골키퍼 실수에 의한 이른 실점은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의 사기를 단번에 꺾어놓았고 서두르는 플레이로 연결됐다.

전반 추가시간 한국이 내준 추가골 역시 수비 실수가 부른 참사였다. 황현수가 라시드에게 볼을 빼앗겨 단독 찬스를 내줬다. 라시드는 치고 들어가다 땅볼 중거리슛을 때렸다. 볼은 좌측 골대를 맞고 골인됐다. 어려운 각도이긴 했지만 그렇게 강한 슛이 아니었는데 송범근은 쳐내지 못했다.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손흥민 투입 등으로 만회를 위해 애써봤지만 여전히 선수들간 손발이 잘 맞지 않아 답답한 공격이 되풀이됐다. 후반 43분 황의조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추격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송범근의 아시안게임 데뷔전은 아픔만 남겼다. 축구팬들은 '조현우가 출전했다면' 하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조현우를 와일드카드로 뽑아야 했는지가 증명됐고, 그러다 보니 왜 조현우를 말레이시아전에 기용하지 않았는지 더욱 아쉬움이 커졌다.

조현우가 A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은 무대는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김승규라는 주전이 있는데도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조현우에게 골문을 맡겼다. 조현우는 월드컵 데뷔전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내주며 스웨덴에 아쉬운 패배를 했지만 조현우만은 홀로 빛났고 찬사를 이끌어냈다.

단번에 눈도장을 찍은 조현우는 멕시코, 독일전에서도 모두 골문을 지켰고 선방쇼는 계속 이어졌다. 비록 한국은 멕시코에도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독일을 2-0으로 꺾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는데, 승리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독일의 슛을 모두 막아낸 조현우였다.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첫 경험'은 중요하다. 조현우는 월드컵에서 첫 출전 기회를 살리며 단번에 세계적인 골키퍼로 우뚝 올라섰다. 송범근은 아시안게임에서 첫 출전 기회를 얻었으나 결정적 실수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해 비난의 한가운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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