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도꼭지서 물 펑펑, 소비는 마른장작 타게 하듯이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세월호 참사이후 지난 2개월간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 기억을 더듬어 소개하면.....

“이번처럼 장사 너무 안 되어서 자살까지 생각했어요.” (횟집을 운영하시는 어느 여 사장). “종업원 1/3을 내 보냈지. 장사가 안 되니깐” (대형 제주 돼지고기 전문점을 총괄하는 매니져).“종합주가지수는 2000포인트인데, 내 주식은 오르지 않고 떨어지네요”(소액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어느 중견기업 신입 여직원) .“요즘 애엄마한데, 공부한다고 고생하는 울 딸에게 아빠 노릇 제대로 하고 있네”(7년째 기러기아빠인 고향 선배)

한숨을 짓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행복해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내수의 양대 축인 민간 소비는 바닥을 치고 투자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위축됐다. 종합주가지수(KOSPI)가 2000포인트를 기준으로 들쑥날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나머지 종합주가지수는 1500포인트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규제 완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화두였다.

요식, 관광 및 레저산업을 중심으로 민간 소비심리가 최악을 기록하더니 경제성장율 전망마저 어둡게 만들고 있다.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가는 집 입구에 부착되어 있는 유병언과 그 아들 현상금 수배 전단지를 볼 때마다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마무리했구나 하고 즐거운 마음보다는 분노가 치밀어 온다. 후배가 막걸리 마시면서 한탄조로 회사 때려치고 유병언이나 잡아 현상금 노릴까요?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도 빈 라덴 잡겠다고 고래 고래 소리지르고 다녔던 학창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그 때 9.11테러 때문에 경기가 참 좋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최악은 아니었다. 지난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제상황이나 소비심리는 단기적으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과거와 달리 민간 소비지출 위축과 서비스업 부진을 중심으로 한 내수경기 위축이 오래 가고 있다.

   
▲ 세월호 참사 2개월째 투자와 소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먹기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장으로 임명된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는 앞으로 내수활성화와 체감경기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 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가 꽃피게 해야 한다.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불안을 키워
대외적으로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라크 내전이 유가불안에서 글로벌 금융 불안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가 불안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에겐 암초이며 성장동력에 차질이며 걸림돌이다. 세계 5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은 하루 330만 배럴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원유 9억 배럴 중 약 10%는 이라크산 원유이다.

올해 들어 8%정도가 줄었으나 여전히 이라크는 한국의 5번째 수입국이다. 이라크 내전이 지속된다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이란을 비롯해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인근 국가들도 초긴장상태다. 미국이 걸프만에 항공모함을 보내 공습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지상군 투입이 배제되어 신속한 사태를 기대하기는 불투명하다.

수출주도형 국가, 대한민국은 내수활성화까지 고려해야
또한 원화값 오름세도 심상치않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1,010원 초반 때까지 떨어져 1023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 8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많은 전문가들은 1,000원대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26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3,569억 달러의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 상반기 100억 달러 외국인직접투자(FDI) 돌파, 1조 2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주식 순매수 금액 등 최근 원화값 강세를 지지해 주고 있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다. 수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한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 시장이 시베리아 얼음판처럼 살기를 느끼고 있는데 수출세마저 주춤한다면 경제 전체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내세웠던 만큼 지금의 내수 침체와 원화 강세를 어떻게 극복해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갈 지 노력해야 한다. 언제까지 불황형 흑자 구조를 유지해야 할 것인가?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장은 여권 실세인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된 만큼 강력한 추진력과 풍부한 정치권 네트워크를 가졌다. 현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수행하는데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간 금기시 여겼던 DTI와 LTV 등 부동산 규제와 환율정책의 궤도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1기 경제팀이 경제정책의 초점을 거시지표 개선에 맞췄다면 이번 최경환부총리의 2기 경제팀은 국민 체감 경기여건 개선으로 조준점을 이동한다는 점에서 경제 환경과 투자전략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중시와 시장주의자인 경제수장이 내수경기 활성화와 체감경기 개선에 얼마나 힘쓸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늘 강조하지만, 투자는 수도꼭지에서 물 펑펑 나올 수 있도록 틀어줘야 하고, 소비는 화력 좋은 마른장작이 활활 타듯이 살아나야한다. 그것이 문제의 답이며 국민이 원하는 바이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