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6·13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달 15일 귀국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복귀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홍 전 대표를 두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지방선거 다음날인 지난 6월 14일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후 미국행을 택하며 추석 전까지 돌아오겠다고 밝혔던 그는 최근 '내 나라에 답을 드리러 간다'며 내달 15일 귀국을 공식화했다.

미국으로 향할 당시 국내 현안에 대해 '페이스북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언급한 홍 전 대표였지만 지난 13일까지도 "가식은 곧 본질이 드러나게 된다" "저들은 정치를 퍼포먼스로 하는데 우리는 리얼리티로 정치를 했다"는 등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사실상 정계복귀를 위한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당 재건'을 목표로 꾸려진 비대위는 홍 전 대표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던 상황. 전임 지도부가 '종북'이라는 키워드로 대여(對與)공세를 펼쳤다면 지금의 비대위는 '가치'를 내세우며 당의 정체성을 차별화하려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호불호가 갈리는 '직설화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언어'를 쓰겠다는 것도 전임 지도부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여론도 '우선은 지켜보자'는 정도다. 취임 전 갈등의 골이 깊었던 내전 양상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고, 김성태 원내대표의 재신임론을 주창했던 친박계도 일단은 수그러들었기 때문. '국가주의'로 대표되는 가치논쟁 역시 정부를 견제할만한 합리적 대안정당의 진용을 갖추는 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하락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도 답보 상태인 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홍 전 대표에 비해 과감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층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인적청산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때문에 홍 전 대표의 귀국은 김 위원장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는 홍 전 대표가 현 비대위의 입장과 대비되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경우 김 위원장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김 위원장이 신경을 안 쓰는 모습이지만, 결국 홍 전 대표의 입으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지난 6월 14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