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의 말레이시아전 충격적인 패배 여파가 크다. 키르기스스탄과 경기 결과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오늘(20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현재 1승 1패다. 1차전 바레인전에서 6-0 대승을 거뒀지만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와 2차전에서 1-2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국의 피파랭킹은 57위로 164위 말레이시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피파랭킹이 A대표팀의 누적포인트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표팀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하지만 피파랭킹이 그 국가의 축구 수준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맥없이 진 결과는 참사 수준이었고 그 여파도 크다.

당초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무난한 승리를 거두고 16강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여유롭게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짐으로써 조 1위를 놓친데다, '혹시 키르기스스탄에도 밀리는 것 아니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걱정까지 하게 만들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키르기스스탄 역시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키르기스스탄의 피파랭킹은 92위다. 1차전서 말레이시아에 1-3으로 졌고, 바레인과는 2-2로 비겨 1무 1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전에서 워낙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였기에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다.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 질 경우에도 16강 진출 가능성은 있다. 조 3위를 해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는 자체가 한국 축구에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말레이시아전 패배 주원인은 실패한 로테이션 때문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바레인전 6-0 대승에 도취해 말레이시아전에서는 6명의 선발 멤버를 교체했다. 선수들간 호흡이 전혀 맞지 않으면서 골키퍼 송범근의 결정적인 실책, 수비수 황현수의 잇따른 실수, 공격수 황희찬의 부진 등과 어울려 참사를 불렀다.

이로써 한국은 정작 로테이션이 필요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전력 투구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고, 조 1위를 놓침으로써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16강전에서 이란 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고, 8강에 오르면 우승 후보 우즈베키스탄과 맞붙을 확률이 높아졌다. 

금메달을 꼭 따야 하는 한국대표팀이다. 월드스타 손흥민(26·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해 힘든 여건 속에서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이유와 연관이 있다. 한국 축구의 차세대 주역이 다수 포함된 23세 이하 대표선수들과 손흥민 포함 조현우, 황의조 등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선수들 모두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혜택을 받는 것이 절실하다.

조별리그에서 삐끗한 김학범호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도 없고 키르기스스탄전 결과를 걱정해서도 안된다. 말레이시아전 후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정한 김학범 감독은 앞으로 매 경기 필승 전략을 짜서 나서야 하고, 사실상 토너먼트에 접어든 선수들은 체력 안배 따위는 접어두고 그라운드에 나서면 필사의 각오로 뛰어야 한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한국이다. 말레이시아전 패배의 충격파를 벗어나는 길은 남은 경기 전승으로 우승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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