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희찬(22·잘츠부르크)이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한가운데 서 있다.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다행(?)스러운 점은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끝내고 16강전을 앞두고 있다. E조에 속했던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했고 바레인(6-0 승), 키르기스스탄(1-0)에 이겨 2승 1패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에 조 1위를 내주고 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23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F조 1위 이란과 8강 진출을 놓고 겨룬다.

공격수 황희찬은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바레인, 이란전에는 후반 교체 출전했고 말레이시아전에는 선발 출전했다. 바레인전에서 경기 막판 프리킥 골로 한국의 6번째 점수를 뽑아내 1골을 기록하고 있다.

황희찬을 향한 비난은 말레이시아전부터 시작됐다. 황의조와 투톱을 이뤄 선발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골로 말해야 하는 최전방 공격수로서 상대적 약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제 몫을 못한데다, 충격적인 패배 후 상대 선수들과 인사도 나누지 않고 혼자 그라운드를 빠져나와 비매너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키르기스스탄전에서 한국은 손흥민의 골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6개의 슛을 날리고도 한 골밖에 넣지 못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황희찬은 여러 차례 문전에서 단독 슛 찬스를 얻고도 부정확한 슈팅과 결정력 부족으로 골 기회를 날렸다.

여기에 황희찬은 '사포' 시도 논란까지 더해졌다. 상대 선수를 앞에 두고 뒷발로 볼을 띄워 넘기는 묘기같은 기술인 사포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농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어서 네이마르(브라질)가 바르셀로나 시절 경기에서 이런 플레이를 펼쳤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 1-0으로 박빙의 리드를 하고 있어 추가골이 시급한 상황에서 황희찬이 이런 '잘난 척' 플레이를 한 것을 두고 쓴소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황희찬은 러시아 월드컵에도 출전했던 A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이기도 하다. 와일드카드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과 함께 가장 주목받으며 큰 기대를 받는 선수다.

그런데 조별리그 3경기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데다 쓸데 없는 행동으로 논란까지 만들어 상당한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한국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토너먼트에 올라갔고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6강부터 만나는 팀들은 조별리그 때보다 더 강하다. 그래서 황희찬이 해야 할 일,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이 남았다.

황희찬이 기대에 못미쳤다고는 하지만 현재 대표팀에서 그의 비중이 결코 적지않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좋은 골 기회를 몇 차례나 놓친 것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전반 내내 상대 이중 수비벽에 막혀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던 한국이 후반 들어 그나마 문전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낸 데는 교체 투입돼 과감한 돌파와 몸싸움을 벌이며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 황희찬의 역할이 컸다. '주장' 손흥민도 황희찬의 이런 활약을 높이 사며 경기 후 따로 격려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한국은 까다로운 상대 이란과의 16강전에 대비해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하고, 이후 8강 4강 결승전도 마찬가지다. 이기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하고 황희찬이 많은 몫을 해줘야 한다. 클래스가 다른 손흥민이지만 키르기스스탄전 전반에서 드러났듯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 월드컵과 A매치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본 황희찬이 손흥민과 함께 한국 공격의 중심을 잡아줘야 승산을 높일 수 있다.

황희찬이 지금까지는 부진했고 논란이 되는 행동을 보였지만, 그가 얼마나 자기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앞으로 더욱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엔트리는 20명밖에 안되고, 하루 이틀 쉬고 경기를 하는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선발된 공격수는 황희찬 손흥민 외에 황의조 나상호 이승우가 있다. 선수 구성을 봐도 황희찬은 더 분발해야 하고, 그가 부진을 만회하는 활약을 펼쳐줘야 한국은 금메달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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