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2연패로 가는 첫번째 토너먼트에서 최고 난적을 만났다. 이란이다. 7년 동안 이겨본 적이 없는 이란을 이번에는 꼭 꺾어야 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오늘(23일) 오후 9시30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을 펼친다. 

한국-이란의 빅매치가 16강에서 이뤄진 것은 두 팀 모두에게 난감한 일이다. 각각 4차례씩 아시안게임 우승을 해 공동 최다우승국의 영예를 안고 있는 한국과 이란이다. 그런데 한 팀은 16강전에서 짐을 싸야 한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FIFA 랭킹이나 성인대표팀 포함 상대전적, 최근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이란은 한국에게 매우 버거운 팀이다. 

이란은 FIFA 랭킹 32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고 한국은 57위다. 역대 전적도 한국이 9승 8무 13패로 뒤지고, 아시안게임에서도 3승 2무 4패로 열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7년 동안은 한국이 이란을 이겨본 적이 없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대회 8강전에서 한국이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것이 이란전 승리 마지막 기억이다. 이후 한국은 5번 이란을 만나 1무 4패로 철저히 밀리고 있다. 23세 이하 대표팀이 이란을 이긴 것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4-3 승리 이후 8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에서는 한국이 이란보다 훨씬 강하며, 질 이유가 없다.

한국은 3장의 와일드카드로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를 선발했다.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던 A대표팀 멤버가 손흥민 조현우 외에 황희찬 이승우도 있다. 기존 23세 이하 대표팀에 해외파와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까지 가세해 역대 최강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이란은 골키퍼 메흐디 아미니 자제라니를 제외하면 나머지 19명 전원이 21세 이하로 구성된 '어린 팀'이다.

다만, 한국의 현재 경기력이 기대에 한참 못미치고 사기도 떨어져 있다는 것이 꺼림직하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했고,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고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한국이 E조 2위로 처지는 바람에 F조 1위 이란을 16강에서 일찍 만나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이란전에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도 한국에는 큰 고민이다. 김학범 감독은 충분한 대비책을 세웠다고 하지만 수비 조직력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결국 한국이 이란을 이기려면 골을 일찍, 또 상대보다 많이 넣어야 한다. 이란에 먼저 골을 내주면 지긋지긋한 '침대축구'를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손흥민에게 먼저 눈길이 쏠린다. 프리미어리거, A대표팀 에이스, 캡틴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손흥민은 앞장서서 이란 격파의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한국이 금메달을 따 손흥민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키르기스스탄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손흥민이었다. 손흥민만이 보여줄 수 있는 통쾌한 논스톱 발리슛으로 골을 뽑아냈다. 답답함이 계속됐던 그 경기에서 유일하게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한 것이 손흥민의 골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손흥민 혼자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다. 

지면 곧바로 탈락인 험난한 여정의 토너먼트에서, 사이다가 손흥민 한 명뿐이어서는 금메달로 다가가기 힘들다. 다른 공격수들이 손흥민을 도우면서, 기회를 잡으면 직접 골을 넣으면서 함께 승리로 가는 길을 닦아야 한다.

이란전 선발 명단에 누가 포함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의 어깨가 무겁다. 황의조는 '인맥 논란'을 겪으며 이번 대표팀에 선발됐다. 첫 경기 바레인전 해트트릭, 말레이시아전 골로 4골이나 넣으며 인맥 선발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혔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16강 이후 줄줄이 만날 강팀들을 상대로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황희찬은 자존심 회복을 해야 한다.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잇따라 놓치고 비매너 논란까지 일으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황희찬이다. 그가 그라운드에 나서면 할 일은 승리를 부르는 사이다 같은 골을 터뜨리는 것뿐이다.

이승우는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교체 투입됐을 때 별로 보여준 것이 없다. 출전 지시가 떨어지면 이승우는 '일을 내겠다'는 새로운 각오로 형들보다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한다.

이란을 넘어도 한국의 금메달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더 강한 상대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 이란전에서 지면 모든 것이 끝이다. 이란을 시원하게 꺾고 조별리그 부진의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낸다면 한국대표팀은 의외로 꽃길을 걸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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