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기죽은 공정위…'전속고발권' 폐지 최선인가
엎친 데 덮친 기업…범죄 집단 오명 벗을 수 있을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기업 수사가 가능한 '전속고발권 제도'를 부분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공정위와 검찰의 '이중 수사'가 가능해지면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에 대해 '권한 축소'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진정한 '권한 축소'가 되려면 기업에 대한 고소·고발 자체를 내려놓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업을 고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1980년 제정된 이후 38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전속고발권 폐지와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핵심 내용으로 담길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위는 지난 21일 당정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으로 소비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과 폐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여러 행위유형 중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성담합에 한해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대상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과 관련된 것이다.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서 무분별한 '별건 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경성담합'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와 검찰은 이중조사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지만, 그간 관행에 비추어봤을 때 기업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검찰에 기죽은 공정위…'전속고발권' 폐지 최선인가

최근 공정위는 검찰 수사를 통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민간 기업 16곳에 퇴직 간부 18명을 취업시키는 과정에 전·현직 수뇌부 12명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공정위는 재취업 비리 등 부적절한 관행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전속고발권'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권한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이 같은 비리에 연루된 공정위의 '쇄신안'인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재취업 비리' 관행을 뿌리 뽑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찰에 '전속고발권'까지 내준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회의 온갖 이슈를 담당하는 검찰이 기업의 담합 행위까지 관할하기 위해선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해 무리가 있고, 기업에 대한 수사를 남발하다 보면 검찰의 권한만 비대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엎친 데 덮친 기업…범죄 집단 오명 벗을 수 있을까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부분 폐지하는 것이 '권한 축소'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진정한 '권한 축소'가 되려면 기업을 '잠정 범죄 집단'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권한을 내려놓으려면 기업에 대한 조사를 남발하는 것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업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결정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 관행을 봤을 때, 고발을 핑계로 기업인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고 구치소에 가두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는 기업인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부터 '검찰의 기업인 망신주기'가 관행으로 돼 왔다"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돼 검찰의 권한이 커지게 되면 이 같은 일이 더 많이 생길 것이고, 기업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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