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감시 시청자 의무, 왜곡논란 문후보자 60분강연 편성 보도해야

- 문창극 후보자 사태는 KBS가 1시간 분량의 문창극 내정자 강연을 3분가량으로 축약하면서 발생
- 문제는 맥락 해석에 관한 대립 보다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논쟁을 공영방송 KBS가 생산하고 처리하는 태도에 있어
- 정부 출연금과 준조세인 국민의 수신료, 광고료로 운영되는 KBS에게 공익성 및 언론 자유에 대한 제약을 요구할 수 있어
- 공영방송 감시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공영방송의 부당한 보도에 대해 ‘저항권’의 개념으로 시민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도 정당

KBS가 공영방송의 의무를 포기한채 언론자유를 누리기위해 특정가치아 이념을 지지하는 선전언론의 길을 걸을 경우 시청자들도 주권행사차원에서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자유경제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자유경제원 주최 'KBS사태 어떻게 풀어야 하나'하는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위원은 이어  "공영방송은 가능한 팩트에 충실해야 하며, 동시에 그 팩트를 두고 일어날 수도 있는 서로 다른 해석적 관점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영방송에 감시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가 되며, 수신료 납부자로서 공영방송의 부당한 보도에 대해 ‘저항권’의 개념으로 수신료 납부 거부 시민운동도 정당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정석 위원이 이날 발표한 주제발표문 전문이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20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KBS사태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문창극 총리 내정자의 교회 강연에 대해 KBS의 짜깁기 식 편파 보도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쟁점의 본질은 기독교 장로인 문창극 내정자가 특정 교회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근대사 강연을 한 내용이 일제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친일적 발언이냐 아니냐하는 점이다.

이 문제가 제기된 원인은 KBS가 1시간 분량의 문창극 내정자의 강연을 약 3분가량으로 축약하면서 발생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문 내정자 강연의 전체적 맥락이 무시되고 친일적 프레임으로 발언 내용이 편집돼 보도됐다고 주장하는 여론과, 전체 강연을 보더라도 친일적 내용이 분명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들의 대립에 있다기 보다는 그러한 사회적 갈등과 논쟁을 공영방송 KBS가 생산하고 처리하는 태도에 있다.

■ 모든 미디어가 공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따져봐야 하는 문제는 1차적으로 공영방송이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지켜야 하는 공정성이다. 흔히 이러한 문제는 ‘공정보도’라는 용어로 등장한다. 무엇이 공정한 보도인가라는 질문은 역으로 ‘무엇이 공정하지 않은 보도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그 답에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역시 결코 간단하지 않다. 객관성과 주관성의 문제는 사람마다 지지하는 신념과 가치가 다르기에 설령 그것이 ‘사실’, 즉 ‘Fact’라 하더라도 해석적 관점과 맥락에 의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창출하게 된다.

쉽게 생각해 보자면 어느 지역의 사람들에게 일출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일몰이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발생하는 태양의 하루 일주운동이라는 팩트는 일출과 일몰이라는 현상을 만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태양의 일주를 바라보는 특정한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 불과하다. 심지어 북극이나 남극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출, 일몰 그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어떤 것이 ‘팩트’라고 해서 그 팩트 자체가 진실이 되지 못하거나, 설령 진실이라 해도 하나 이상의 진실이 서로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 자유경제원이 20일 개최한 'KBS 사태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토론회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열띤 관심을 보였다. 

미디어의 사회적 순기능이 여론 수렴을 통한 민주주의 발전에 있다면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들이 진실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모든 미디어에게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는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보다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 누군가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기에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폭넒게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은 미디어의 ‘Advocacy journalism’ 이라는 독특한 저널리즘의 이론적 배경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미디어의 특성상 어차피 bias를 피할 수 없기에 모든 미디어가 기계적인 가치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며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특정 가치를 지지하는 미디어의 해석적 관점에 시비를 걸 수 없다는 주장도 언론자유의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시청자는 미디어의 수요자로 등장한다. 따라서 소비자 주권과 같은 개념으로 미디어에 대한 시청자 주권이라는 개념도 등장할 수 있다. 시청자의 선택에 의해 진화하는 미디어와 도태하는 미디어가 존재하기에 공급자의 언론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그것이 언론의 발전을 가져온다.

■ 공영방송의 언론자유는 감시되고 제약될 수 있다.

문제는 이때 KBS와 같은 공영방송이다. KBS는 정부 출연금과 준조세인 국민의 수신료, 그리고 광고료로 운영된다. 이러한 KBS가 생산하는 뉴스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 등에는 당연히 공익성에 대한 요구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문제가 된다.

따라서 정부 기금과 준조세가 투입되는 공영방송이라는 매체에는 거칠게 말해 ‘언론의 자유’가 제약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이 가능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는 정부에는 자유가 없으며 오로지 책임만이 존재한다는 국가기관의 자의성 배제 원칙에 대한 원용이다.

만일 이러한 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가능한 팩트에 충실할 것과, 동시에 그 팩트를 두고 일어날 수도 있는 서로 다른 해석적 관점에 대해 신중할 것을 공영방송의 의무로서 요구할 수 있다. 동시에 공영방송에 감시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가 된다. 이는 수신료 납부자로서 시청자 주권행사이며 동시에 공영방송의 부당한 보도에 대해 ‘저항권’의 개념으로 수신료 납부 거부 시민운동도 정당하다.

그렇다면 선택은 다시 KBS로 돌아간다. 공영방송의 의무를 버리고 언론자유를 누리기 위해 특정 가치와 이념을 지지하는 ‘Advocacy journalism’을 할 것인가, 아니면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 주권을 수용하기 위해 시청자를 존중하고 그 여론을 수용하는 강제 이행 장치를 만들 것인가.

적어도 이번 문창극 총리 내정자의 축약된 방송보도가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면 KBS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문제가 된 문창극씨의 1시간 강연 전체를 특집편성해서 시청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옳았다. 그것이 공영방송, 공정보도의 최소한의 사후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공영방송의 그러한 자의적 행사에 시청자가 어떻게 문제 제기를 하며 자율적 규제를 유도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