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승우의 묘기에 가까운 골을, "주워먹었다"고 표현한 MBC 김정근 캐스터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23일 열린 16강전에서 난적 이란을 2-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전반 황의조가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이승우가 추가 쐐기골을 터뜨려 일궈낸 승리였다.

이승우는 이란 수비 두 명을 개인기로 따돌리고 강력한 슛을 날려 멋진 골을 작렬시켰다.

그런데 이 경기 중계방송을 하던 MBC 김정근 캐스터가 안정환 해설위원에게 "이런 것을 우리가 주워 먹었다고 표현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봤다. 

   
▲ 아시안게임 축구 중계를 하는 MBC 서형욱 해설위원, 김정근 캐스터, 안정환 해설위원. /사진=MBC


사실 김정근 캐스터의 질문 의도는 이승우가 볼을 소유하게 된 과정을 두고 말한 것으로 보였다. 높이 튀어올랐다가 떨어지는 볼에 이란 수비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틈을 타 이승우가 볼을 낚아챘고, 지체없이 드리블해 슈팅까지 연결한 것.

하지만 한국의 승리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화끈한 골 장면에서 감동을 더 키워야 하는 중계 캐스터의 멘트로서는 부적절했다.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었던 것.

안정환 해설위원이 "주워먹은 게 아니다. 잘한 거다"라고 고쳐주며 "이게 어떻게 주워먹은 거냐. 잘 요리해 먹은 거지"라고 수습했다. 이에 김정근 아나운서도 안정환 위원의 말을 받아 "(이승우가) 완벽하게 요리해서 2~3명을 제쳤다"고 다시 설명하면서 이승우의 재치있는 골을 칭찬했다.

중계방송을 본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승우의 골에 김정근 캐스터가 찬물을 끼얹었다며 크게 논란이 일었다. 

김정근 캐스터가 이승우의 골을 낮게 평가하거나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주워먹었다"는 표편만 떼어놓고 보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는 화끈한 골 장면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됐다. 축구 중계 전문 캐스터라면 안정환 위원처럼 "요리해 먹었다"는 표현을 먼저 썼어야 했다. 김정근 캐스터는 괜한 말로 구설수를 자초한 모양새가 됐다.

한편, 이런 논란과 상관없이 이날 한국-이란의 TV 중계 방송의 시청률 승자는 MBC였다. 지상파 3사가 모두 이 경기 중계를 했는데 김정근 캐스터-안정환·서형욱 해설위원이 호흡을 맞춘 MBC 중계가 14.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2는 12.6%, SBS는 8.3%의 시청률을 각각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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