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2심서 징역 25년 선고…이재용 '묵시적 청탁' 인정
이재용 대법원 판결 관심 집중…'명시' 없는 '묵시적 청탁' 인정될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징역 25년으로 형량이 늘어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제공 부분과 관련, “이 부회장과 승계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추측성 판결을 반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선고의 핵심 쟁점은 삼성그룹이 박 전 대통령 측에 지원한 금품 중 법원이 얼만 큼을 뇌물로 인정하는지 여부였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개별 현안 등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없다고 봤지만, 승계 작업 등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재용이 피고인에게 명시적 청탁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이 부회장의 승계 이야기 나눴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용과 피고인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기재된 ‘말씀자료’나 민정수석실의 보고서 등을 보고받은 것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유와 동일하다. 앞서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승마지원금(72억9000만원)과 영재센터 지원금(16억2800만원) 등 총 89억여 원이 뇌물로 인정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2심 공판에서 원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포괄현안인 승계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개별적 현안을 떠난 포괄적 현안이 인정된 것은 나무는 없지만 숲은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이후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에서 최서원 씨에게 직접 송금한 36억여 원만 뇌물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은 결과다. 현재 이 부회장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이번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에서 다시금 ‘묵시적 청탁’이 인정돼 향후 이 부회장 대법원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이 ‘묵시적 청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은 명시적 청탁이 없었음에도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법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뚜렷한 물증 없이 가해진 실형 선고는 사법부의 후진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향후 대법원 판결은 이 부회장을 국정농단 주범으로 보느냐, 국정농단 피해자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묵시적 청탁 인정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형량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낸 8000억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도 불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한국 형사법원은 박 전 대통령, 행정부 구성원, 국민연금 직원 등의 위법적인 행위 결과로 합병이 제안되거나 합병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합병과 관련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항소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에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승인했다고 인정하면서 엘리엇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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