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증시에서 '월드컵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치맥(치킨과 맥주) 업종과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 현대·기아차 등 월드컵 대표 수혜주 10개 종목이 월드컵 개막 후 일주일(5거래일)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 10대 수혜주인 ▲하림 ▲동우 ▲마니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삼성전자 ▲LG전자 ▲SBS ▲현대차▲기아차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기아차와 SBS를 제외하고 개막(6월11일) 후 일주일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이들 종목의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

현대차와 기아차는 월드컵 후원으로 세계 시장에서 상표 인지도 제고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지난 19일 전 거래일 대비 각각 2500원(1.11%), 900원(1.58%) 하락한 22만3500원, 5만59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는 월드컵 개막 직전일인 12일 종가(22만5000원)보다 1500원(0.66%) 떨어졌고, 기아차는 5만6500원에서 600원(1.06%) 하락했다. 현대차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6월10일(13만5500원)부터 6월17일(14만5000원)까지 일주일간 9500원(7.01%) 상승했다.

닭고기와 맥주 업체 역시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월드컵 경기가 대부분 새벽 시간대에 몰려있어 월드컵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림은 일주일간 6280원에서 5480원까지 800원(12.73%)이나 떨어졌고, 마니커 역시 815원보다 87원(10.67%) 하락한 728원에 거래를 마쳤다. 마니커는 2010년 월드컵 개장 후 일주일간 6.66% 오른 바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역시 2010년에는 각각 2.14%, 2.47% 상승했지만, 올해는 3.63%, 1.66% 떨어졌다.

월드컵 시청을 위해 TV를 바꾸는 가정이 많을 것이란 예측에 수혜주로 꼽힌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각각 9만원(6.36%), 1200원(1.54%) 내렸다. 2010년 당시 삼성전자는 5.69%, LG전자는 1.3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방송국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SBS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독점 중계했지만, 올해는 방송 3사가 동시에 월드컵을 중계하기 때문에 월드컵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지 못했다. SBS는 지난 일주일동안 1500원(4.93%) 하락했다.

IBK투자증권 박옥희 연구원은 "이번 월드컵의 경우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가운데 한국 경기 시간이 주중 새벽 또는 이른 아침에 예정돼 있어 월드컵 개최에 따른 소비 확대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월호 사고로 인해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브라질 월드컵이 내수 확대에 크게 기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