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2연패로 향하는 길목에서 또 다시 강력한 상대를 만난다. 주전 골키퍼의 부상이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27일 우즈베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서 맞붙는다. 금메달 외에 목표가 있을 수 없는 한국이 또 한 번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을 딛고 16강전에서 난적 이란을 2-0으로 꺾음으로써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전력의 틀이 이제서야 제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다만 주요 변수가 생겼다.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A대표팀 넘버1 골키퍼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수문장으로 발돋움한 조현우가 부상을 당했다. 이란전에서 조현우는 공중볼 처리 후 착지 과정에서 무릎을 다쳐 교체됐다.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현우는 25일 팀 훈련에서 빠진 채 숙소에서 재활을 실시했다. 우즈벡전 출전이 불투명하며, 경기에 나서더라도 베스트 컨디션으로 골문을 지키기 힘든 상태여서 우려가 크다.

더군다나 우즈벡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우즈벡은 조별리그 3경기서 3전 전승을 하며 10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16강전에서도 홍콩을 3-0으로 완파했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13골을 넣었고 실점은 하나도 없었다. 공수에서 완벽한 전력을 자랑하며 8강까지 거침없이 올라온 팀이다.

또한 우즈벡은 U-23 대표팀이 가장 최근 열린 대회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월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한국은 당시 준결승에서 우즈벡을 만나 전후반 1-1로 비긴 뒤 연장전 들어 3골이나 내주며 1-4로 패했다. 우즈벡은 결승에서 베트남을 꺾고 챔피언이 됐다.

상대가 강하고, 우리는 믿음직한 주전 골키퍼의 부상 변수까지 안고 있다. 분명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은 1월 AFC 챔피언십 때와는 전혀 다른 팀이다. 막강한 공격진을 보유했다. 우즈벡의 무실점 행진을 깰 공격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넣은 10골 가운데 5골을 책임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골 감각이 절정이다. 황의조는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발탁될 당시 김학범 감독의 '인맥 선발' 논란에 휩싸였지만 오롯이 실력으로 존재감을 뽐내며 간판 스트라이커의 입지를 굳혔다. 바레인전 해트트릭, 말레이시아전 만회골, 이란전 선제 결승골의 위력을 우즈벡전에서도 발휘하면 된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A대표팀 에이스이자 프리미어리거 손흥민(토트넘)은 우즈벡뿐 아니라 모든 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손흥민은 바레인전에는 출전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전에서는 후반 교체 출전했다. 선발로 나선 것은 키르기스스탄전과 이란전 두 경기였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대포알 발리슛으로 천금의 결승골을 넣으며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줬고, 이란전에서는 공격을 조율하며 간접적으로 2-0 승리의 주역이 됐다. 손흥민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막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이란전에서 상대 수비를 잇따라 제친 후 묘기에 가까운 쐐기골을 넣은 것도 고무적이다. 이란전에서 대회 첫 선발 출전했던 이승우는 이 한 골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면서 자신감도 장착했다.

바레인전 프리킥골 외에는 아직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한 황희찬(잘츠부르크)도 절치부심하며 출격 명령을 기다린다. 황희찬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두어 차례 골을 넣지 못해 따가운 질책을 받긴 했지만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뛴 능력 있는 공격수다. 돌파와 몸싸움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다.

김학범 감독이 우즈벡전에 어떤 공격 조합을 내세울 지 궁금하지만 공격수들의 면면이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상대를 가릴 수준은 넘어섰다. 

조현우가 출전하지 못할 몸상태라면 송범근이 골문을 지켜야 한다. 송범근은 말레이시아전 치명적인 실수에 의한 실점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경고 누적으로 이란전을 쉬었던 수비의 핵 김민재가 수비라인을 잘 리드하면서 송범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우즈벡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다. 우즈벡의 파괴력 있는 공격을 봉쇄하면서 골을 넣어야 이긴다. 무실점 승리가 최상이지만, 한 골 먹으면 두세 골 넣고 이기면 된다. 한국 대표팀 공격수들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