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레스토랑과 인테리어 컨셉 신라호텔과 같은 디자이너에게 맡겨 매우 유사...객실 전면 리뉴얼 하지 않아 큰 단점, 교통난 해소도 과제
   
▲ 리노베이션한 JW메리어트 서울 로비. 장 미셀 오토니엘 작품이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올해 초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가 8개월 만에 리뉴얼 오픈한 JW메리어트 서울(이하 JW메리어트)은 한층 고급스러운 '럭셔리 호텔'에 초점을 맞췄다. '진정한 럭셔리', '차원이 다른 럭셔리'가 이 호텔의 지향점이다. 반포 인근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 서울을 금방 잡아먹을 듯 한 압도감과 한강 너머 서울 신라호텔을 타깃으로 잡은 것이 명확해 보였다.      

그 배경에는 JW메리어트 리뉴얼 작업에 신세계그룹 오너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JW메리어트의 법인명은 센트럴관광개발이며 신세계센트럴시티가 86.2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세계는 2012년 신세계센트럴시티를 인수했고 60.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때 웨스틴조선호텔을 보유한 신세계조선호텔에서 호텔 사업을 이끌었던 정 사장은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과 신세계-이마트로 지분을 나누는 과정에서, 신세계조선호텔이 이마트 계열로 되면서 호텔 사업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정 사장이 호텔 사업을 이끌 당시 웨스틴조선호텔은 여타 국가에서 비즈니스호텔 브랜드로 취급되던 '웨스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 웨스틴 브랜드를 단 호텔 중 서울의 웨스틴조선호텔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던 정 사장은 신세계 계열에 JW메리어트가 생기면서 또 다시 역량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로비 '빈 무대'

기존 프런트데스크, 델리, 라운지 카페 등이 있던 호텔 로비는 리뉴얼 이후 빈 무대(bare stage)로 변했다. 신세계면세점과 신세계백화점으로 연결되는 통로만 있지, 프런트데스크, 델리, 라운지 카페 등을 모두 위층으로 올려 버렸다. 대신 그 빈 공간에 갤러리처럼 작가들의 작품을 앉혔다. 리뉴얼 전 JW메리어트 내에 다수 있었던 신상호 작가의 양머리 등의 작품은 모두 치워버렸다. 

대신 장 미셀 오토니엘, 알젤름 키퍼, 코헤이 나와 등 값 비싼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놓여졌다. 특히 코헤이 나와의 크리스탈로 뒤덮은 사슴상은 리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등 재벌가를 중심으로 미술 애호가들에게 값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인 장 미셀 오토니엘의 유리 구슬 대형 목걸이(아이보리 더블 목걸이)는 로비의 정중앙에 있어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치 신라호텔 로비에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걸리면서 신라호텔 로비가 인증샷 명당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목걸이 같은 대형 구슬이 로비에 걸리면서 종교시설이나 제단 같은 느낌도 들었고 일본 스타일이 많이 묻어 났다.  한편 장 미셀 오토니엘의 구슬 작품은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청담동 분더샵에도 걸려 있는 것으로 봐서 신세계그룹 오너들이 요즘 애정하는 작가로 보인다.
 
   
▲ JW메리어트 서울 일식 레스토랑 '타마유라'. 신라호텔 아리아케 입구와 매우 유사하다./사진=미디어펜
레스토랑 '최고가', ‘최고급' 지향

2층은 1층에 있던 델리가 입점해 있으며 '더 카페'가 있던 뷔페 레스토랑은 '플레이버즈'로 상호를 변경해 같은 자리에 오픈했다. 2층에는 일식 레스토랑인 '타마유라'가 입점했다. JW메리어트는 리뉴얼 이전부터 서울 신라호텔을 타깃으로 잡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신라호텔은 오랜 역사와 함께 가장 파워풀한 호텔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식음료장도 국내 호텔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는 호텔 레스토랑 중 매출 1위이며, 한식당 '라연'은 국내 호텔 중 유일하게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특급 호텔들이 가장 넘어서고 싶은 벽이 신라호텔인 것이다. 

신라호텔 2층에 일식 레스토랑 아리아케와 중식 레스토랑 팔선 등이 있는 것처럼 JW메리어트도 2층에 일식레스토랑을 열었다. 디자인도 매유 유사하다. 일본 료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 세로로 촘촘히 세워져 있는 우드월 인테리어를 그대로 재현했다. 

아니나 다를까 JW메리어트는 2층 인테리어를 신라호텔 2층의 아리아케와 팔선 등을 디자인한 일본 디자이너 우에키 칸지(Ueki Kanji)에게 맡겼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라호텔은 좀 더 밝은 베이지색이며 JW메리어트는 좀 더 어두운 브라운색을 선택했다. 호텔 측에서 디자이너에게 신라호텔 처럼 디자인해 달라고 요구했는지, 그 디자이너가 비슷하게 했는지 알 수 없다.

뷔페 레스토랑 '플레이버즈'의 가격은 인당 최고 12만원으로 서울 신라호텔(11만3000원), 르 메르디앙 서울(11만5000원)보다 높게 책정해 국내 최고가 뷔페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올렸다. 플레이버즈는 독립된 테이블 공간으로 꾸며져 번잡함이 덜해 보였고 화덕피자를 이 공간에서 직접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외에도 스시가 아주 고급이었고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요리들이 많았다.
 
   
▲ JW메리어트 서울 뷔페 레스토랑 '플레이버즈' 내부. 좌석들의 공간이 매우 넓다./사진=미디어펜

기존 호텔 뷔페 레스토랑들이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많이 하는 것과 달리 이 레스토랑은 메리어트 리워즈 회원에게 최대 20%까지 할인을 제공하면서 메리어트 회원 고객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메리어트 회원들이 훨씬 충성 고객들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7층에는 그릴 레스토랑인 '더 마고 그릴'과 칵테일 바 '모보 바'가 오픈했다. 야외공간과도 연결돼 있었고, 더 마고 그릴에는 800여종, 총 3500병의 와인들이 저장된 벽돌 동굴 디자인의 대형 와인 셀러가 구비돼 있었다. 국내 호텔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와인들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 호텔에 있던 중식 레스토랑 '만호'가 없어진 점은 의아했다.

   
▲ JW메리어트 서울의 어매니티. PB브랜드를 제공했다. 객실을 전면 리노베이션 하지 않았다./사진=미디어펜

객실 '전면 리뉴얼 하지 않아'

객실은 기존 JW메리어트에 깔려 있던 카펫을 모두 걷어내고 마루로 한 것이 특징이다. 침대 매트리스는 시몬스 최상위 라인인 '뷰티레스트 블랙'을 적용했으며 침대 헤드를 곡선형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샴푸와 샤워젤 등 어매니티는 호텔 측과 코스맥스가 제휴해 PB브랜드를 제공했다.  럭셔리 호텔들이 향과 브랜드에 민감한 고객들을 위해 고급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과 상반됐다. 향후 고객들이 이 어매니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샤워장 바닥은 나무를 적용해 나무 아래에서 증기가 올라오는 기능도 있었다. 마치 일본의 히노키탕과 유사한 컨셉이다. 

문제는 리노베이션을 했다는데 욕실 세면대와 바닥을 그대로 뒀다는 점이다. 대리석이라 교체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욕실 세면대를 교체하지 않은 것은 큰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커피메이커가 있고 미니 냉장고가 있는 공간도 공사를 하지 않았다. 옷장 문도 교체하지 않았다. 객실 침대가 있는 공간만 리노베이션 한 것이다. JW메리어트를 방문한 한 고객은 "리노베이션 한 게 맞느냐, 돈은 어디에 썼느냐"고 불만 섞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객실을 전면적으로 리노베이션 하지 않은 것은 향후 JW메리어트에 대한 큰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차고 넘치는 음식들'

JW메리어트는 기존 34층에 있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9층으로 옮겼다. 9층으로 옮기면서 한 층 전체를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로 사용한 것은 잘 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34층에서 볼 수 있었던 탁 트인 전망을 이 공간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의 음식의 양은 국내 호텔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신라호텔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음식들이 매우 화려한 것으로 유명한데 거기보다 더 많았다. 

초반에서부터 말했듯이 JW메리어트의 타깃은 신라호텔이다. 모든 걸 신라호텔보다 더 수준 높게 하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드넓은 라운지 공간에 음식들이 차고 넘쳤다. 쌀국수와 같은 즉석 요리도 라운지에서 만들어 주며 고기, 과일, 주류, 음료 등이 엄청났다. 인테리어도 금색과 회색을 주로 사용해 고급스러웠고 도자기들이 곳곳에 있어 한국적인 미도 뿜었다. 

   
▲ JW메리어트 서울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음식들이 매우 다양하다./사진=미디어펜

신라호텔 넘어설 수 있을까

JW메리어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호텔은 인근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 호텔이다. 몇년전 리노베이션한 르 메르디앙은 빛을 보기도 전에 JW메리어트에 상당한 고객들을 뺏길 것으로 보인다.

JW메리어트가 타깃으로 잡은 신라호텔과의 비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신라호텔 만큼의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인테리어는 삼성 혹은 신세계의 시그니처 컬러인 베이지와 브라운을 사용해 고급스럽게 꾸몄지만, 신라호텔만큼의 모던함과 클래식함, 고급감은 떨어졌다. 조명도 어두워 답답한 감이 있다. 식음료 장에 대한 평가는 현재로서는 좋지만 신라호텔만큼 고급 식자재를 쓰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파크뷰가 시장 통처럼 붐벼도 파크뷰와 플레이버즈를 선택하라면 파크뷰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더 많을 것이다.   

호텔 고객들의 특성은 다니던 호텔을 잘 옮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디가 인기 있고 잘해놨다고 해서 쉽게 옮기는 고객들이 아닌 것이다. 반포에 사는 고객들이 JW메리어트의 주 고객층이 되겠지만 신라호텔의 고객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차라리 조선호텔 고객들을 끌어오는 게 더 빠를 수 있어 보인다. 

객실을 전면 리노베이션 하지 않았다는 점도 큰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부분 공사라도 진행해 욕실을 리뉴얼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발렛파킹 공간을 따로 마련한 점은 좋아 보였지만,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가는 고객들이 호텔에 발렛 파킹을 맡기면서 상대적으로 순수 호텔 이용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이 호텔 발렛파킹은 예전부터 호텔 고객보다 백화점 고객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제휴 신용카드를 그대로 가져갔다는 점은 발렛파킹 매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제휴 신용카드를 좀 더 줄이거나 영수증 검사를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호텔 주변 심각한 교통난도 이 호텔 방문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를 찾고 반포대교까지 오르기까지 40분 이상이 걸렸다. 

다만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신세계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갔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신세계조선호텔이 레스케이프호텔을 오픈하면서 신세계답지 않은, 근본 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대조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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