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26일 부동산 시장 안정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보류 밝혀
-전문가들 "해당 계획 백지화 가능성은 없지만 임기 내 추진도 어려울 듯"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여의도·용산 개발을 보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들 지역의 개발이 사실상 좌초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인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 및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용산 개발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오늘 발표는 사업을 언제 재개하느냐가 아니라 보류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일단 부동산시장이 안정돼야 하고 이후 국토부와 협력해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 및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초 싱가포르 출장 중 여의도·용산 마스터 플랜이 언급된 지 7주 만이다. 정부의 부동산 추가 대책 발표를 앞두고 발표된 이번 보류 결정에 업계에서는 박 시장이 개발 계획 청사진 제시 이후 해당 지역의 집값이 치솟은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박 시장의 싱가포르 선언이 있었던 지난달 10일 이후 서울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23일 내놓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8%에서 0.37%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1월 마지막 주 0.38% 오른 이후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박 시장의 옥탑방 구상안이 나온 후 강북구(0.34%)를 비롯해 중랑·도봉구도 각각 0.15%씩 올랐다. 관악구(0.21%) 등 서울 외곽지역도 뚜렷한 오름세가 나타났다.

박원순 시장발 서울 집값의 이상 과열 현상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여의도·용산 등의 대형 개발 계획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고 수 차례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23일 국회 교통위원회에서는 “여의도와 용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의도 용산 통합개발은 도시계획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비사업적으로도 고려할 것이 많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의도 도시계획은 서울 시장의 권한’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던 박 시장은 결국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과열되는 것은 서울시장으로서도 묵과할 수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전문가들은 여의도·용산 개발에 대한 의지가 상당한 박 시장인 만큼 이를 백지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 이후 추진한다고 발표한 만큼 임기 내 추진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용산보다는 여의도 개발의 난항을 예견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의지가 확고한 만큼 계획 자체가 백지화 될 가능성은 없다”면서 “다만 단기간에 부동산 시장이 안정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임기 내 추진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용산 일대 전경 /사진=미디어펜


일각에서는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시장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대규모의 재개발 사업은 정말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해당 사업이 진행됐을 때 이주 수요에 따른 인근 지역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하면 대형 개발 등은 지자체단체장 등 공직자가 함부로 발표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용산은 전체적으로 지역이 다듬어질 필요가 있지만 여의도는 거주자 상당수가 경제력과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 재건축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율에 맡겨도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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