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의조(26·감바 오사카)는 사상 최고의 와일드카드였다. 한국 축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열광시키고, 열광시키고, 또 열광시켰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국제대회에서 두 차례나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다.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 김학범 감독의 '인맥 선발'이라고 비판했던 축구팬들은 그동안 머쓱했는데 이젠 민망한 수준이 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키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강호 우즈베키스탄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의 승리와 4강행은 황의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황의조는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고, 1-1 동점이 된 후인 전반 40분 다시 앞서가는 골을 넣었다. 후반 초반 수비에서 잇따른 실수가 나오며 우즈벡에 내리 2골을 내줘 2-3으로 역전을 당했다.

한국 선수들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황의조가 있었다. 후반 29분, 손흥민이 우즈벡 수비의 헛발질 볼을 가로채자 황의조가 어느새 달려가고 있었다. 손흥민은 패스를 찔러줬고, 단독 찬스를 잡은 황의조는 골키퍼와 1대1에서 정확한 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전후반 90분 3-3으로 맞서 돌입한 연장전. 한국은 맹공을 펼치고도 추가골을 내지 못했다. 승부차기 분위기가 무르익던 연장 후반 10분께 황의조가 문전에서 볼을 살짝 띄워놓고 돌아서며 문전 돌파를 시도했다. 다급해진 우즈벡 수비는 손으로 황의조를 잡아채는 반칙으로 막았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결승골로 승리를 마무리했다.

황의조는 조별리그 첫경기 바레인전에 출전하자마자 대표 발탁 논란을 시원한 해트트릭으로 날렸다. 상대가 약체여서 가능했다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말레이시아전에서 비록 1-2로 패하긴 했지만 한국의 유일한 골을 넣었다. 고비였던 16강전 이란전에서는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그리고 이날 우즈벡전에서 다시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며 원맨쇼를 펼치다시피 해 한국의 4강행을 앞장서 이끌었다.

물론 황의조 혼자 골을 넣을 수는 없다.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호흡을 맞추며 좋은 볼을 넣어주고 상대 수비를 유인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공격수 본연의 역할, 골을 넣는 데 있어서 황의조는 발군이었다.    

한국은 이날 우즈벡전까지 5경기를 치르면서 14골을 넣었다. 그 가운데 황의조가 혼자 8골이나 넣었다. 팀 득점의 57%를 황의조가 책임졌다.

김학범 감독의 황의조 와일드카드 선택은 백번 옳았다.

아직 황의조는 배가 고프다. 4강이 다가 아니기 때문. 금메달을 딸 때까지 황의조는 또 골을 넣으러 아시안게임 무대를 뛰어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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