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정확도 위해 표본가구 확대·'2015 인구총조사' 고령층 적용…통계 전문성·독립성 훼손 우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어쨌든 제가 그렇게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전격적으로 경질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없던 예산까지 책정해 유지했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통계에 대한 해석이 그 배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의 이유로 저소득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한 통계청의 올해 가계소득 통계조사에 '표본 오류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에 따른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통계청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5500개 표본가구를 8000개으로 늘리면서 2010 인구총조사 결과가 아니라 최근 지수로 갱신된 2015 인구총조사의 '70세 이상 고령층'을 실제와 동일하게 반영했다. 이에 따라 모집단이 달라져 소득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는 2010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표본을 추출했지만, 올해부터 2015년 인구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표본을 새로 구성해 모집단 60세 이상 가구주 비율이 기존 34.7%에서 37.2%로 늘어났다.

또한 표본가구수가 확대되면서 과거의 표본 교체 비율(33.3%)을 뛰어넘어 올해 새로운 표본이 전체 5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통계청의 가계소득 조사 결과가 표본 오류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표본 오류로 이러한 것(분배 격차 확대)이 생겼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표본이 확대되면서 어르신이 많이 포함된 것이 영향을 미친 요소가 있다"며 "억울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청장에 대한 이러한 비판도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총리는 이날 "통계청이 통계상 오류를 범할 기관이 아니며 해석상의 문제이고 이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표본 오류라는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8일 이와 관련해 "통계는 통계대로 받아들이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흐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비관적 수치에 위축되지도 말고 현실을 냉철히 직시해 현실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27일 열린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이임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황 전 통계청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질 사유를 모른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차관 평균 재임기간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1년 2~3개월"이라고 설명했지만, 통계청장이 이렇게 단기간에 교체된 것은 2009년 11대 청장(13개월 재임) 후 9년만이다. 최근 역대 4명의 통계청장 중 3명은 2년 2개월, 1명은 1년 8개월간 재임했다.

일각에서는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청와대가 지난 6월초 해명한 '최저임금 9계0% 소득에게 긍정적' 입장에 대해 당시 이를 뒷받침하는 분석자료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했지만, 통계청은 27일 공식적으로 "강신욱 청장은 해당 분석자료와 관계가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관료들과 경제연구소 등 통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통계 왜곡 및 조작이나 정부 정책에 불리한 통계를 미공개하는 등 향후 통계청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일자리 관련 지수가 악화되자 아무런 잘못 없는 통계청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라며 "표본 모집단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비롯해 고령층 증가 등 현실을 최대한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 내놓는 공식 통계를 믿을 수 없게 되면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며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가 일부 조작됐다는 판단에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중국 경제의 실체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한국도 그러한 길을 따라갈 작정이냐"고 언급했다.

이인실 전 통계청장과 유경준 전 통계청장 또한 이번 논란과 관련해 통계청이 내놓는 수치들에 대한 신뢰성 및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에 새롭게 취임한 강신욱 통계청장이 전임 청장의 전격 경질과 관련해 이러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할지, 향후 얼마나 정확하고 객관적인 통계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 상반기 체감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높아졌다. 지난 15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올해 상반기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8%로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사진은 8월15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의 취업게시판./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