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최대 난적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여정을 이어갔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이제 한국은 29일 열리는 베트남과의 준결승에서 대망의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우즈벡전은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렸다. 팀 전력상 가장 우승에 근접해 있는 두 팀이 맞붙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경기 내용은 매우 극적이었다. 이날 한국 승리의 주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황의조(감바 오사카)였다. 황의조는 해트트릭을 해냈고, 연장에는 결승골로 연결된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한국의 승리, 황의조의 눈부신 활약 외에 이 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두 선수의 '행동'이 있었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골 세리머니와 손흥민(토트넘)의 우즈벡 선수단 버스 방문이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3-3으로 맞서 승부를 알 수 없던 연장 후반 10분께. 황의조가 현란한 동작으로 문전에서 상대 반칙을 유도해냈다.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누가 키커로 나설 것인지 궁금했다. 승부를 끝낼 수 있는 결정적 찬스지만 실축할 경우 대역죄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캡틴 손흥민, 또는 최고의 골 감각을 보인 황의조가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밖에도 황희찬이 키커로 나섰다.

황희찬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슛을 했고, 방향을 읽고 몸을 날린 우즈벡 골키퍼의 손을 스치면서도 골인됐다.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결승골이었다.

황희찬은 기쁨에 환호하며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가 선택한 세리머니는 웃통을 벗고 유니폼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 황희찬이야" "황희찬 죽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상의 탈의 세리머니는 자극적인 행동이어서 국제축구연맹이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경고가 주어진다. 황희찬에게는 옐로카드가 주어졌다.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양 팀 선수들이 숙소로 향하기 위해 버스로 향할 때였다. 손흥민이 갑자기 우즈벡 선수단 버스 쪽으로 갔다. 버스에 오른 손흥민은 패배와 4강 진출 실패로 침통해 있는 우즈벡 선수들에게 간단한 인사와 격려를 했다.

한국 못지않게 우즈벡도 꼭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을 것이다. 패배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헤아린 한국의 '캡틴' 손흥민은 우즈벡 선수들에게 자그마한 위로라도 전하고 싶었던 듯하다.(우즈벡 버스에서 내려 한국 선수단 버스로 가는 길에 손흥민은 땅에 떨어져 있던 응원용 소형 태극기를 얼른 줍기까지 했다.)

황희찬은 재능 있는 선수다. 저돌적인 돌파,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파이팅을 보여준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들어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하고 있었다. 

   
▲ 찬스를 놓치고 아쉬워하고 있는 황희찬. /사진=대한축구협회


말레이시아전에서 선발 출전해 공격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며 패배의 한 원인이 된 뒤에는 경기 직후 상대 선수와 인사를 나누는 기본적인 매너도 지키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수 차례 놓치고 이른바 '사포' 시도 논란도 있었다.

마음 고생이 많았던 황희찬은 우즈벡전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후반부터 교체 출전한 황희찬은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골, 도움 등의 소득은 없었다. 연장에서 페널티킥 찬스가 왔을 때, 황희찬은 캡틴 손흥민에게 직접 자기가 차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2세 선수의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손흥민은 후배의 의지와 자신감을 믿고 볼을 넘겨줬고, 황희찬은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의 우즈벡전 승리에 결승골을 넣었으니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어진 세리머니는 과했다. 본인이야 충분히 한풀이가 됐겠지만, 결승전에서 금메달 확정 골을 넣은 것도 아닌데 경고를 감수하고 웃통을 벗은 세리머니는 너무 '자기 위주'로 보였다. 황의조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인데 황희찬이 자기 혼자 다 한 것처럼 행동했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팬들이 많았다.

경고를 받는 것을 가볍게 여긴 것도 문제다. 8강에서 4강으로 넘어갈 때 경고 1장은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한 계산된 세리머니였겠지만, 아직 연장전이 끝나려면 몇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우즈벡은 끝까지 만회골을 넣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는데, 황희찬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또 경고라도 받았다면 아직 두 경기를 남겨둔 대표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 한국의 이란전 승리 후 패배한 이란 선수를 위로하고 있는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손흥민은 이란과 16강전에서 2-0으로 이긴 뒤에도 상대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고 포옹하며 위로의 말을 해줬다. 대한민국 축구의 간판스타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손흥민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각 국의 전 종목 선수를 통틀어 가장 세계적인 스타다. 

손흥민은 충분히 월드스타 대접을 받을 만한 실력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언행도 이처럼 월드 클래스다. 

일찍 유럽 무대로 뛰어들어 손흥민의 뒤를 좇는 황희찬은 손흥민의 실력뿐 아니라 이런 모습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