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드디어 만났다. 이기는 팀에게 금메달 도전 자격이 주어지는 중요한 일전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오늘(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베트남 축구경기가 열리면 별로 화제도 안됐을 것이다. '한국이 약체를 만나 무난한 승리를 거두겠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축구팬들이 많을 것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지금은 다르다. 박항서 감독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베트남은 전혀 다른 팀이 됐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올해 1월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4강까지 올라왔다. 모두 베트남 역사상 처음 있는 기적같은 일이다. '박항서 매직'에 베트남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베트남전은 '박항서 더비'라 불리며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강적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16강, 8강에서 잇따라 격파한 한국의 김학범 감독도 서로를 잘 아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경기 전망은 역시 한국의 우세다. 선수 구성과 개인 기량, 경험, 자신감 등에서 한국이 베트남에 뒤질 것은 없다. 1월 AFC 챔피언십에서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에 2-1로 이긴 바 있다.

다만, 우려되는 변수는 '하루 휴식 후 경기'라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27일 8강전을 치렀고 단 하루 쉬고 29일 4강전을 갖는다. 한국과 베트남은 8강전에서 각각 우즈베키스탄, 시리아와 연장 혈전을 치렀다. 120분 이상 뛰고 48시간도 안돼(27일 밤 경기를 한 베트남은 실제로 40시간 남짓의 시간밖에 안된다) 다시 경기를 뛰어야 한다. 회복을 잘 못한 선수는 전반전부터 근육 경직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체력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고 그런 면에서는 베트남이 유리할 수 있다. 체력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는 등 5경기를 치러 모두 이겼고, 실점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수비 조직력과 선수들의 체력이 좋아 수비적으로 끈기있게 버티다가 경기 막바지에 역습 등으로 골을 넣는 전술을 많이 구사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이중 수비벽을 어떻게 뚫을지, 고갈된 체력을 얼마나 빨리 충전시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맞설지가 승리의 관건이 된 셈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러나 한국엔 있고 베트남엔 없는 것이 있다. 한국은 월드 클래스 손흥민과 8골을 넣은 황의조가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뛰었던 황희찬, 이승우도 있다. 베트남이 지금까지 상대해온 팀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손흥민 황의조를 포함해 한국 공격진이 할 일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 것이다. 베트남이 전승 가도를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실점 없이 버텨 수비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이 컸다. 만약 베트남이 일찍 실점해 만회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분명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고 한국은 더욱 수월하게 베트남 골문 공략을 할 수 있다. 한국이 득점을 하지 못하고 경기 후반으로 넘어가면 체력 문제로 의외의 고전을 할 가능성도 있다.

박항서 감독은 한국과 준결승이 성사되자 "응원해준 베트남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베트남이 아시아 최강 한국을 상대로 투지를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고도 지는 것, 한국 축구팬들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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