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부족한 기업간 네트워킹 기회·지나친 정책자금 의존도 지적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중동의 스타트업 허브 아랍에미리트(UAE)에 비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규제·부족한 기업간 네트워킹 기회·지나친 정책자금 의존도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는 29일 '신생 스타트업 허브로 부상하는 UAE의 비결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2011년부터 혁신창업에 집중한 UAE는 적극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노력으로 '2018년 국가경쟁력 평가' 벤처캐피탈(VC) 부문에서 이스라엘·독일 등 창업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투자액도 2014년 4050만달러에서 올해 1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UAE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신흥 스타트업 허브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 진출 거점 ▲규제프리·면세 등 기업 친화 정책 ▲첨단 창업 인프라 ▲풍부한 국부펀드와 외국자본 등 우호적인 투자환경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10대 VC 중 절반이 UAE에 기반을 두고 스타트업 투자가 성장단계별로 다양하게 이뤄지면서 VC 생태계가 높은 역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의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을 갖추고 있으나, 친기업 환경은 UAE에 비해 미흡하다. 

보고서는 최근 1년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업체의 사업 모델을 한국 시장에 적용할 경우 규제장벽에 가로막혀 70% 이상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거나 사업 조건을 바꿔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규모의 국제적인 네트워킹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개최된 411건의 스타트업 이벤트 중 한국에서는 9건만 열려 싱가포르(96건)는 물론 인도(67)·UAE(62)·일본(29)·중국(26건)과 비교됐다. 

이밖에도 서울의 스타트업이 보유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뉴욕·런던·베를린 등 선진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와의 유의미한 평균 연결고리는 2.1개로, 세계 평균인 6.1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지나치게 정부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언급됐다. 한국의 VC 투자액은 2015년 2조원을 돌파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0.13%로 미국(0.36%)·영국(0.21%)·중국(0.24%)·인도(0.39%)에 뒤졌다. 

또한 투자보다는 대출형태가 많고 제품개발 이후 양산·사업화 등 성장단계(Series B․C)에서 필요한 자금조달 규모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내 벤처기업의 신규자금 조달방법 중 '정부 정책자금'이 84.9%로 대부분이고 VC나 엔젤투자를 통한 신규 자금 조달은 0.4%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UAE의 사례를 통해 국내 혁신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프리 등 파격적인 규제 해소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외국기업에 한정한 자유구역 입주기업 조건을 창업기업에게도 부여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창업기업의 정부 조달사업 참여기회 확대·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개최 및 해외 스타트업 투자·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확대 등 네트워크 형성과 정보 공유의 장 마련·정책자금 의존도 축소 및 민간투자 활성화 등을 꼽았다.

장현숙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일변도 이미지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국내 혁신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규제 해소와 정책자금에 대한 의존도 저하 및 민간 투자환경 개선 등 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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