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실적을 냈다.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선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증시의 상대적 침체로 인해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악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IB 위주의 전략을 짜며 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회사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이 올린 당기순이익은 총 2조 6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상반기 2조 5702억원을 기록한 이후 반기 기준 최대실적이다.

   
▲ 사진=연합뉴스


세부적으로 내용을 보면 2분기 실적 중 수수료 수익이 2조 7067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819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분기에 이어 수탁수수료가 호실적을 나타냈다는 점은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IB 관련 수수료 등이 크게 늘어난 점은 특징적이다. IB 관련 수수료는 전분기보다 무려 25.6%(951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순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이 IB 수익 확대에서 비롯됐다.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3개사의 IB 부문 수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상반기 IB 부문 순이익은 12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80억원보다 79.9% 늘어난 수준이다. 한투증권도 같은 기간 666억원에서 904억원으로 35.7%이나 증가했다. 삼성증권의 기업금융 인수 및 자문수수료 수익은 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2.3% 성장했다.

중견급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IB 부문 수익 개선이 이뤄졌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IB 부문 순영업이익은 2분기 608억원, 상반기 누적 97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7.1%(580억원), 분기별로는 전분기 대비 65.7%(241억원) 증가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반기 IB 부문 순이익이 3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85억원보다 80.0% 성장했다. IB 부문 실적 상승에 힘입어 하나금투의 순이익은 580억원에서 1064억원으로 83.4% 증가했다. 신한금투의 경우는 2분기 누적 순이익이 1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938억원보다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차증권도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이 2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39억원보다 14.3% 성장했다. 특히 IB 부문 부동산금융에서 양호한 수익이 주효했다.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IB 부문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IB 위주의 수익모델을 구축한 것은 하반기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이 경색돼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매우 좋지 못한 상태다. 

결국 증권사들은 IB 위주의 수익 추구를 적극적으로 하는 쪽으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지난달 기존 IB사업본부를 3개의 본부로 증편했다. 

기존 IB 본부 내 기업금융실과 대체투자실을 IB 1본부로, SF실과 투자금융실을 각각 IB 2·3본부로 격상시킨 것은 IB 부문에 대한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양증권의 경우도 올해 초 선임된 임재택 신임 대표가 “IB사업 등의 경쟁력을 발판으로 강소증권사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권사들의 수익모델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증시호황에도 국내 증시만 뒷걸음질 치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이는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모델 개편에 어느 정도 자극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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