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베트남을 열광시킨 '박항서 매직'도 박항서의 조국 대한민국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한국에 1-3으로 패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4강까지 올랐던 베트남은 한국 축구의 매서움을 절감하며 결승 진출을 꿈을 접었다.

3-4위전으로 밀려난 베트남은 또 다른 준결승 일본-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 패한 팀과 오는 9월 1일 동메달을 놓고 다투게 됐다.

베트남 돌풍은 한국을 만나기 전까지 거셌다. 조별리그에서는 일본을 꺾는 등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다. 바레인과 16강전을 1-0으로 이겨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시리아와 8강전도 1-0 승리를 거두고 역사를 다시 고쳐 썼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 모든 것이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에서 비롯됐고, 베트남 전역은 축구 열기와 박항서 찬양으로 들끓었다.

베트남은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며 전승을 거뒀고 실점을 한 점도 하지 않았다. 조직력을 앞세운 단단한 수비, 체력을 이용한 역습 전술은 매번 성공을 거뒀다.

4강에서 한국을 만난 것이 베트남에게는 불운이었다. 이전까지 싸워왔던 상대와는 수준이 다른 한국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베트남을 상대하면서 손흥민 황의조 이승우 황희찬 등 호화 공격진을 총동원했다. 베트남 수비를 탁월한 개인기로 뚫겠다는 전술이었다. 

베트남은 역시 2중 수비벽을 쌓으며 버티기로 나서는가 했으나, 한국이 일찍 그 벽을 허물었다. 황희찬의 드리블에 이은 패스, 황의조의 상대 수비를 등지고 돌아서기, 그 과정에서 흘러나온 볼을 이승우가 잡아 지체없이 슛을 날려 베트남 골문을 열었다. 전반 시작 후 6분 만에 나온 한국의 선제골이었고, 기대했던 그림대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한국은 전만 28분에도 손흥민의 절묘한 전진패스를 황의조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침투해 들어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은 후 가볍게 추가골을 넣었다. 이 또한 멋진 그림이었다.

전반 두 골이나 허용한 베트남은 후반 들어 이승우의 돌파에 또 실점하며 승리 희망을 꺾었다. 그래도 베트남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뛰며 프리킥 골로 한 골을 만회해 영패를 면하는 저력은 보여줬다.

'박항서 매직'은 한국이라는 높은 산에 막혀 그 위세를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이 동메달을 따면 그 또한 베트남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이 된다. 이제 국내 축구팬들은 마음 편히 3-4위전에서 '박항서호' 베트남을 열렬히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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