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아시안게임에서 반전 드라마를 쓰며 득점왕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제 마무리만 잘 하면 된다. 금메달을 따는 것이 절대적인 목표일 것이고, 덤으로 아시안게임 최다골 기록에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황의조는 29일 열린 베트남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또 골을 넣었다.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28분 손흥민의 전진패스를 받아 침착한 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이승우의 2골 활약과 황의조의 골로 베트남을 3-1로 물리쳤고, 황의조의 골은 결승전으로 이끈 결승골이 됐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이 결승까지 오르는 데 있어 황의조의 활약은 지대했다. 지금까지 황의조는 9골을 넣었다. 한국이 6경기를 치르면서 총 17골을 넣었는데 절반 이상을 황의조가 해결했다. 바레인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두 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황의조의 골 감각은 절정이었다.

득점왕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득점 1위 황의조에 이은 2위는 이미 8강에서 탈락한 우즈베키스탄의 이크로미온 알리바에프(5골)다. 결승 또는 준결승을 남겨둔 4강 국가 중 황의조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이와사키 유토(일본), 자예드 알 아메리(아랍에미리트)인데 4골에 불과하다. 황의조가 결승전에서 골을 못 넣고 이와사키나 알 아메리가 6골을 넣어야 역전 당하는데 만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황의조는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선발될 당시만 해도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실력이 부족한데 김학범 감독이 과거 성남 시절 사제의 인연으로 대표 발탁을 했다며 따가운 시선이 많았다. 이런 '인맥 선발' 논란은 대회 시작 후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황의조가 해트트릭을 해내며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고, 골 퍼레이드가 이어지자 찬사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며 영웅이 됐다. 

찬스를 놓치지 않는 골 결정력, 상대 수비를 등지고 돌아서거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순간 침투해 들어가는 능력, 탁월한 위치 선정 등 황의조는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미덕을 골고루 보이며 최고의 골잡이로 떠올랐다. 

이제 마무리만 잘 하면 된다. 황의조는 9월 1일 결승에서 만날 일본을 상대로 또 시원한 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우승으로 이끄는 일만 남았다. 자랑스런 금메달을 목에 걸면 달콤한 병역 혜택도 따라온다.

한 가지 덤으로 욕심내볼 만한 기록이 있다. 바로 아시안게임 최다골 기록을 깨는 것. 역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개인 최다골은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이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기록한 11골이다.

황선홍이 11골이나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최약체 네팔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혼자 8골을 몰아넣은 덕분이었다. 황선홍은 당시 3경기에서만 골맛을 봤다.

9골을 넣고 있는 황의조은 순도가 훨씬 높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대가 현격한 기량 타를 보이는 팀은 없었고, 키르기스스탄전을 제외하면 5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며 꾸준한 골 감각을 이어왔다. 

황의조가 황선홍 전 감독의 기록을 깨려면 일본전에서 또 해트트릭을 해내야 한다. 두 골이면 타이 기록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워낙 황의조의 컨디션이 좋기에 한번 기대해 볼 만하다. 어쨌든 황의조의 골이 또 터져야 한국은 일본을 쉽게 꺾고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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