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가 오늘(30일) 일본과 운명의 일전을 벌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이다.

한국과 일본 야구대표팀이 국제대회 무대에서 만나면 치열한 라이벌전으로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B조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올랐다. A조 1, 2위 일본, 중국을 모두 이겨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일본도 A조 1위를 했지만 한국에 지면 결승행이 좌절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하는 경기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한-일전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 WBC나 올림픽 등에서의 한-일전과 다른 면이 있다. 한국은 KBO리그까지 중단하며 대표팀 전원을 프로 각 구단 정예 멤버로 구성했다. 일본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대표팀 면면을 보면 한국의 승리를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현재 한국 대표팀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한국은 실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만에 1-2로 졌다. 실업야구 투수 3명이 이어던진 대만 마운드를 전혀 공략하지 못해 쩔쩔 맸고 김재환의 솔로포로 얻어낸 1점이 전부였다.

이후 인도네시아에 15-0(5회 콜드게임), 홍콩에 21-3 대승을 거뒀지만 상대의 수준을 고려하면 의미 없는 스코어였다. 오히려 약체 홍콩을 콜드게임으로 꺾지 못하고 9회까지 경기를 벌여 3실점이나 한 것이 다시 한 번 조롱거리가 됐다.

대표선수들의 컨디션이나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특히 김현수 손아섭 양의지 박병호 등 핵심 타자들의 타격감이 엉망이다. 일본이 프로 아닌 사회인야구 대표팀이라고 해도 한국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에 지면 한국은 바로 결승 진출 실패가 되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참사에 이어 한국야구 역사에 또 하나 흑역사가 추가된다.

   
▲ 사진=KBO 공식 SNS


한국은 어떻게 하면 일본을 이기고 목표로 한 금메달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 대표팀 막내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처럼만 하면 된다.

이정후는 대회 직전 교체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외야수 박건우가 부상 당하는 바람에 이정후가 대신 선발됐다. 이제 프로 2년차인 스무살 어린 나이의 이정후지만 올 시즌 KBO리그 수위타자(타율 0.378)를 달리고 있으니 선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정후는 국내 무대에서와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톱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타석에서는 신중하게 상대 투수의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상황에 맞게 스윙을 한다. 치고 나면 전력 질주하고, 출루하면 기회를 봐 도루 시도를 한다. 외야 수비에서도 열심히 타구를 쫓아다닌다.

그렇게 하다 보니 현재 대표팀 내에서 가장 좋은 타격감으로 최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이정후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2타수 7안타로 5할8푼3리의 고타율을 자랑하며 홈런도 두 방이나 쏘아올렸다.

이번 대표팀의 한국 타선은 이름값이 어마어마하다. 대부분 3할 타자고 대부분 홈런을 언제든 때려낼 수 있는 강타자들이다. 그런데 대만전도 그랬고 이후 인도네시아, 홍콩전 때도 그랬고 한국 타자들은 의욕만 넘쳤다. 욕심이 과했다. 상대 투수가 약해 보이니까 스윙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고, 홈런 아니면 점수 못낸다는 듯 큰 스윙으로 일관했다.

이정후가 홈런을 두 개나 친 것은 홈런을 노린 타격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상대 투수 볼이 느리면 타이밍을 늦게 잡고,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오락가락하면 짜증 대신 그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볼을 골라내려고 애썼다. 상황에 맞게 자기 스윙을 하다 보니 위력 없는 투구가 들어오면 배트 중심에 맞혀 좋은 타구를 많이 날려보냈던 것이다.

멘탈도 중요하다. 이정후는 대표팀에 추가 합류해 즐겁게 선배 형들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있다. 

병역미필 오지환 박해민의 선발로 대표팀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지자 주장 김현수를 비롯한 많은 베테랑 선수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대회에 출전했고, 경기할 때 덕아웃 분위기는 무거워 보였다. 

이정후처럼 태극마크를 단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면서 그라운드에서는 잡념 없이 진지하게 플레이에 몰두하는 것,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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