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반기 들어 두 달간 연기금들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1조 5000억원의 매도세를 나타내며 주가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줄여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 후폭풍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기금 ‘역할론’도 재부각 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이 최근 폭발적인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7월 2일부터 8월 2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484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기금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94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반기 들어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5년간 연기금의 투자 패턴을 보면 올해의 이질감이 더욱 부각된다. 지난 2013년 연기금은 10조1862억원을 순매수했다. 2014년에는 5조1403억원, 2015년 9조1194억원, 2016년 3조5555억원, 2017년 3조486억원 등 꾸준한 순매수가 연기금의 특징이었다. 물론 분기별로 따지면 매도 우위를 나타내는 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17년 2분기 단 한 번 뿐이다.(3552억원 순매도).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5352억원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향후 연기금이 순매수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대외 리스크 때문에 하반기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투자를 추구하는 연기금은 국내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저가매수에 나서주는 ‘소방관’ 역할을 자처할 때가 많았다. 연기금 중에서도 특히 국민연금은 공적 성격을 강하게 띠기 때문에 단순 수익만 추구하지 않는다는 시장 안팎의 기대치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은 오히려 국내 증시 비중을 앞장서서 낮추며 타 연기금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해 2019년도 자산군별 목표 투자비중을 국내 주식 18.0%, 해외 주식 20.0%, 국내 채권 45.3%, 해외 채권 4.0%, 대체투자 12.7% 등으로 결정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비중이 국내 주식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비중 축소 방침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비중을 서서히 줄여왔으며, 2016년까지 20% 수준을 지켜오던 국내 주식 비중은 올해 18.7%까지 떨어졌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은 오는 2023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 내외로 축소하고 해외 주식 투자를 30%까지 늘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주식시장의 명실상부한 큰손인 국민연금의 ‘매도 예고’는 뜻하지 않게 연기금들의 엑소더스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나가는데 우리가 버틸 필요 있느냐’는 입장을 취하는 중소 연기금들이 많아졌다”면서 “국민연금의 국내비중 축소가 한국 증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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