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작품 이름은 '손흥민 이병 면하기'다. 감독은 김학범. 주연은 손흥민이지만 황의조가 배역을 스스로 키워 공동 주연으로 올라섰다. 조현우 이승우 황희찬 등 주요 조연도 많다.

'손흥민 이병 면하기'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를 주 무대로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이다. 이제 마지막 결말만 남겨두고 있는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작품의 결말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의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기가 손흥민(26·토트넘)의 병역 문제와 맞물려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틱한 전개로 감탄사와 탄식이 넘쳐났고, 반전을 거듭한 끝에 화끈한 결말로 향하고 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 캐스팅 난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이지만 와일드카드라는 게 있다. 23세 이상 선수들 가운데 필요한 선수를 3명 선발할 수 있다.

주조연 20명 중 주연급을 캐스팅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주연 내정자 손흥민을 와일드카드로 뽑아야 하는데 소속팀의 협조가 필수였다. 아시안게임은 대표 차출 의무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프로 선수의 경우 소속팀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뽑을 수 없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손흥민이 소속팀(바이엘 레버쿠젠)의 허락을 얻지 못해 대표팀에 캐스팅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토트넘이 시즌 개막을 했음에도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 병역혜택을 받기를 바라며 대표 차출을 허락해줬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른 선수들은 소속팀을 잘 설득해 일찍 허락을 받고 합류했다.

김학범 감독의 황의조 와일드카드 캐스팅은 혹독한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주연 역량이 안되는데 감독과의 개인 인연(성남 시절 사제지간)으로 캐스팅됐다며 '인맥 선발' 비난이 거셌다. 김 감독은 황의조 캐스팅을 밀어붙였고,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 골키퍼로 도약한 조현우(대구FC)도 뽑았다.

▲ 첫 전투 대승과 낙관적 전망이 부른 초반 위기

'손흥민 이병 면하기'는 출발이 너무나 좋았다. 첫 번째 전투(경기)였던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뒤늦게 합류한 손흥민이 나서지 않았음에도 황의조가 혼자 3골을 넣는 등 눈부신 활약으로 초반 흥행을 주도했다.

이것이 독이 됐다. 김학범 감독의 판단 착오를 부른 것. 빡빡한 일정을 고려, 주연급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2차전 말레이시아전에 6명의 새로운 배역을 내세운 것이 화를 불렀다. 한국은 져서는 안되는 말레이시아와 전투에서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당연히 욕을 먹는 배역이 등장했다. 말레이시아전 골문을 지킨 송범근은 어이없는 실책에 의한 실점으로 패배의 주범이 됐고, 결정적 골 찬스를 잇따라 놓친 황희찬은 경기 후 상대 선수와 인사를 나누는 기본적인 매너도 지키지 않아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다.

키르기스스탄과 3차전에서 드디어 손흥민이 처음 선발로 출격해 결승골을 넣으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대표팀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수습했지만 말레이시아전 패배의 댓가는 혹독했다. 조 2위로 밀려난 한국은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16강에 올라 '지면 끝'인 토너먼트에 들어가자마자 강한 상대들을 잇따라 만나게 된 것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 위기를 연속 돌파한 역전의 용사들

16강에서 만난 이란, 8강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은 모두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적들이었다. 한번만 패해도 그대로 '손흥민 이병 면하기'는 막을 내려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계속됐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은 위기를 잇따라 돌파해나갔다. 이란과의 전투에서 황의조가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고, '막내' 배역을 맡은 이승우가 환상적인 드리블에 의한 추가골로 2-0 승리를 이끌어냈다. 다만, 조현우의 무릎 부상 교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겨 걱정거리를 안고 가야 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황의조가 다시 해트트릭을 해냈지만, 조현우 대신 다시 골문을 지킨 송범근이 3실점하며 연장 혈전을 치러야 했다. 황의조가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결승골을 뽑아내면서 4-3으로 이겨 어렵게나마 또 한 고비를 넘어설 수 있었다.

▲ 흥행 폭발에 기름 부은 '박항서 매직'

한국의 준결승 상대가 베트남으로 결정된 것은 '손흥민 이병 면하기'에 새로운 흥행 요인이 됐다. 박항서 감독이 마법의 지휘봉을 휘두른 베트남은 '박항서 매직'에 힘입어 역사상 최초로 4강까지 올랐다. 준결승에서 베트남과 한국이 맞대결을 하게 됨으로써 이른바 '박항서 더비'가 성사된 것은 한국과 베트남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한국의 3-1 승리. '박항서 매직'도 현격한 실력 차는 어쩔 수 없었다. 이승우가 두 골이나 넣으며 새로운 스타의 입지를 굳혔고, 황의조는 또 한 골을 보태 역대급 골잡이 반열에 확실하게 올라섰다. 조현우는 무릎 상태가 완전치 않음에도 출장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작은 감동을 더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 주인공은 은근히 빛나 더욱 강렬하다

정작 주연 배우인 손흥민의 활약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불평하는 관객은 별로 없었다. '캡틴' 손흥민은 골 욕심을 내지 않고 대표팀 전체를 두루 살피며 후배들의 부족한 면을 곳곳에서 메웠다. 황의조, 이승우 등이 비교적 손쉽게 골 사냥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상대팀 '경계 1순위' 손흥민이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적절한 패스로 완급 조절을 해준 효과가 컸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적잖은 역할을 해냈다. 대회 초반 위기를 겪을 때 앞장서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감싸안았다. 심지어 적으로 싸운 상대 선수들까지 승부가 끝난 후 챙겨주는 모습은 훈훈한 미담으로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 그래서 해피 엔딩?

'손흥민 이병 면하기'는 드디어 결말만 남겨두고 있다. 흥미진진하고, 극적인 반전이 펼쳐지고, 고구마를 줬다가 사이다도 선사하면서, 정복해야할 고지 바로 밑까지 이르렀다. 이제 마지막 전투만 남겨두고 있다. 

그 마지막 결승전이 한-일전으로 이뤄진 것은 블록버스터답다.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아시안게임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하고, 손흥민(을 포함한 20명 대표선수들)이 떳떳하게 병역 혜택을 받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려면 숙적 일본을 꺾어야 한다.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태극전사들은 남은 열정을 모두 쏟아부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손흥민 이병 면하기' 그 마지막회는 9월 1일 오후 8시 30분 막이 오른다.    


[P.S] 이 작품의 아류격인 '오지환 이병 면하기'가 동시 상영되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금메달 도전기를 다룬 작품인데, 캐스팅 단계부터 악평이 쏟아진데다 중반까지 전개도 불만족스러워 악평에 시달리고 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도 박수를 보내줄 수 없다는 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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