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8차 전력수급계획에 의해 좌우되지 말아야"
작년 12월 원자력정책연대 출범…법리분과위원장으로 적극 활동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창 아이들에게 신경 써야 할 타이밍에 밤늦게 돌아다닌다고 핀잔 듣지만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0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위원장은 연대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공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지 가만히 있는건 비겁한 일이라고 판단했다"이 같이 밝혔다.

강 위원장은 기술사·SRI(방사선취급감독자면허) 등 원자력 관련 자격증을 10개 보유했으며, 199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20년 이상 원자력 분야에서 종사한 엔지니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핵연료·노심분야 전문강사로 있으면서 서울대·카이스트·부산대·산업기관을 비롯한 외부기관에서도 특강을 하고 있다.

그는 '공돌이가 법리분과를 맡는 것에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법은 상식 선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을 성문화한 것"이라며 "세 아이와 미래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강 위원장이 속한 원자력정책연대는 지난해 12월 5일 결성됐으며,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과 송종순 조선대 교수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산하에 법리분과를 비롯한 4개 분과를 두고 있으며 ▲한수원 등 원자력산업·연구기관 노조 ▲원자력 관련 대학교수 ▲원자력산업회의 등 유관기관 ▲원자력살리기국민연대·환경운동실천협의회 등 환경·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됐다.

결성 이후 국회토론회·기자회견·성명서 발표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현재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소송 및 한수원 이사회 대상 법적대응 등을 진행하고 있다.

   
▲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 위원장/사진=원자력정책연대


강 위원장은 지난 20여년간 민주당에 정치후원금을 후원하고, 지난해 겨울 '촛불 집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참석했던 과거를 상기하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탄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심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후회감이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찬성하는 쪽이 이겼으나,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발표된 이후 공론화위원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정부가 탈원전을 주도했다"면서 "헌법상 국무회의는 심의기관이지 결정기구가 아님에도 국무회의 의결 이후 '에너지기본계획'과 부합하지 않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상위계획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철학과 기본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며 "전기사업법 이행을 위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 상위 개념의 법을 무시한 것으로, 헌법소원의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3차 에기본이 8차 전력수급계획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의 위법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에 법적으로 대응,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는 탈원전 정책이 구속력 없는 행정계획이라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를 통해 실행되고 있으며,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한수원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 "결국 오는 2030년이 되면 한수원의 인력은 최대 5000명 가량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위원장은 강성화된 국내 노조가 무리한 투쟁을 강행하고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판단, 원래 노동조합 활동을 선호하지 않았다고 한다.

   
▲ 7월6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 위원장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원자력정책연대

그러나 새울발전소에서 근무하던 2014년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발견된 하자사항을 바로잡고 원전을 더 안전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내부의 기득권 세력에 의해 무력화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노조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내부고발을 통해 이를 바로잡고 발전소 안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했으나,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압박이 들어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원자력법제도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의 무리함 때문에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에너지 정책의 기본 목적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공포적 선언과 함께 원자력산업 전체를 적폐로 몰았다"며 "국민여론을 아전인수식으로 사용하고 전문가를 배제하고 밀어붙이기식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원전 감축 관련 의견 수렴 및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숲을 깎아먹는 등 환경파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수천억원에 달하는 원전 매몰 비용 및 전기료 인상 등 국민경제에 끼칠 손실 등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에너지 정책이 경제성을 상실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 확대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의 나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