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은행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이번 금리동결로 당분간 달러강세가 연출될 확률이 높고, 국내 주식투자 비중 확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이로써 한은은 작년 11월 이후 여섯 번째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됐다.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은 지난번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나왔다. 금통위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의 발표에 따르면 이일형 위원이 지난달 처음으로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이달에도 연이어 인상 의견을 냈다. 이번은 아니지만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다시 한 번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 안팎에서는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8년 6개월 만에 최소인 5000명으로 나타나는 등 ‘고용 쇼크’가 현실화된 점, 소비자심리, 기업 체감 경기도 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점 등이 위협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원칙적인 의견을 함께 밝혔다.

문제는 기준금리 동결이 야기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들의 가능성이다. 가장 크게 불거지는 것은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의 확대다. 만약 오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2.25%로 인상되면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75bp(1bp=0.01%)로 확대된다. 심지어 시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를 야기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미간 금리차이가 75bp 이상 구간에 있을 때 외인 순매도액은 12조 8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결국 이번 금리 동결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동반 상승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긴 시야로 봤을 때 올해 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까지 국내 주식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가 2.5% 수준으로까지 인상된 후에야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올해 말 쯤으로 예상되는 그 시점이 되어야 국내 증시도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