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울보 손흥민(26·토트넘)이 이번엔 웃었다. 목표로 했던 것을 다 이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과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 금메달을 딴 한국은 아시안게임 2연패 및 통산 최다인 5회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와일드카드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U-23 대표팀)에 합류해 주장 완장을 차고 뛴 손흥민은 그 누구보다 금메달이 간절했다. 입대를 앞둔 나이, 금메달을 반드시 따 병역 혜택을 받아야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손흥민에게는 병역 혜택을 노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손흥민의 병역 문제는 개인적인 일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팬들은 당연히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대표팀 에이스로 각종 대회에서 맹활약하고, 유럽 최고 리그에서 뛰며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손흥민이 군복무로 경력 단절이 되는 상황을 안타까워한 팬들은 대신 군대에 가주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은 대표팀 의무차출이 아닌데도 출전을 허락해준 소속팀 토트넘도 한국의 금메달 획득과 손흥민의 병역 혜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꾸준히 격려 메시지를 보내줬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금메달 획득 여부, 엄밀히 말해 손흥민의 금메달 획득과 병역 혜택 여부는 잉글랜드뿐 아니라 전세계 언론과 축구팬들의 흥미로운 관심사가 됐다. 한국의 병역 제도와 올림픽,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통한 병역 혜택을 많은 외국인들도 알게 됐다.

한국이 우승하고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도 손흥민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친 대표팀은 고비를 넘겨가며 정상을 정복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기록만 놓고 보면 명성에 못미치는 활약을 한 것처럼 보인다. 골은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넣은 1골이 전부고, 어시스트만 5개 기록했다. 함께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9골이나 넣은 것과 비교가 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한국 우승의 주역이자 일등공신은 손흥민이었다. 주장으로서 어린 후배들을 이끌며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골 욕심을 버리고 수비까지 적극 가담하고, 상대 수비의 시선을 빼앗아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하나된 팀을 만들어 살인적인 일정을 견디게 만드는 등 이른바 '열일 한' 손흥민이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조 예선서 말레이시아에 충격적 패배를 당했을 때 모질게 질책하며 후배들의 투지를 일깨운 것도 손흥민이었고, 위축된 플레이로 답답하던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시원한 결승골을 넣은 것도 손흥민이었다.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는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다. 지면 바로 탈락이기 때문에 매 경기 한국이 이길 수 있는 길을 앞장서 찾아낸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출전하면 상대팀은 손흥민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볼만 잡으면 두세 명의 선수가 몰려든다. 손흥민을 막아야 한국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황의조의 골 감각이 최고이며, 이승우에게 길만 가르쳐주면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의욕과잉 황희찬을 끝까지 믿고 끌고 가준 것도 손흥민이었다.

일본과 결승전은 예상 외로 힘들었다. 전후반 한 골도 뽑지 못해 연장 혈전을 벌였다. 모두의 체력이 바닥났지만, 연장전 들며 손흥민은 동료들과 어깨를 서로 걸고 악으로 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손흥민 스스로 힘을 쥐어짜 일본 진영을 헤집었고, 그 과정에서 이승우의 선제골에 도움(사실 모양새는 손흥민의 드리블 과정에서 볼이 앞으로 오자 이승우가 기습적인 슛을 날린 것이었지만)을 기록했다.

황희찬의 추가골 때는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일본 골문 반대쪽에 있는 황희찬을 타깃으로 공을 띄웠다. 황희찬이니까 높이 점프해 헤딩슛을 날릴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을 믿고 그에게 볼을 배달했고, 황희찬은 돌고래처럼 솟구쳐 힘껏 헤딩해 골로 보답했다. 연장 후반 일본의 추격골이 터진 것을 감안하면 황희찬의 이 골이 금메달 골이었으며, 그 골을 손흥민이 이끌어낸 것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세상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면서 김학범 감독과 동료들을 일일이 얼싸안고 환호했다. 처음 맛본 우승(2014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우승 때는 손흥민이 대표로 참가하지 못했다), 힘든 과정이었기에 더 크게 다가온 금메달, 그리고 병역 혜택 선물. 손흥민은 동료들을 이타적으로 도움으로써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