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초기 적폐청산을 외칠 때만 해도 기대감이 있었다. 이번에는 정권교체마다 되풀이되는 정치보복이 아니라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제도개혁을 실천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2기 정부를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적폐청산에 방점을 찍으면서 앞으로 ‘뺄셈의 정치’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전직 대통령이 두명이나 구치소에 수감돼 종신형에 가까운 최종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국정방향이 ‘청산’이 아닌 ‘실용’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혈세 수십조원을 투입하고도 ‘고용 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여론을 방증한다.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주 연속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50%대를 유지한 가운데 부정평가도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까지 올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수도권 집값이 급등한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우리 자영업자들의 허약한 체질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부작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미 판명된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며 또 다른 인적청산을 예고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문 대통령은 “국민주권을 되살리고, 국가권력의 공공성을 회복하자. 성장동력을 되살리는 한편 배제와 독식의 경제가 아니라 공정과 상생의 경제, 소수가 부를 독점하지 않고 다함께 잘사는 경제를 이루자”고 말해 여전히 ‘재벌기업 손보기’를 시사했다.

팍팍한 경제현실에서 집권 2년차에서도 적폐청산에 국정좌표가 맞춰진 것을 환호하는 국민이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이제 적폐청산 문제는 제도화 착수에 들어가야 하고 경제살리기에서 성과를 거둘 때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들고 나온 이유는 하락하는 지지율을 고려한 '집토끼 결집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내 아집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인 인터넷전문은행법 처리가 불발되고 패키지 처리를 주장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상가임대차보호법 통과도 무산된 지금의 국회를 볼 때 협치 없이는 개혁법안을 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적폐청산에 반발하는 야당의 협력은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 이후 지속되어온 전 정권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가 지속될 경우 정치권은 프레임 경쟁, 진영싸움으로 점철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수록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보복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당장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아온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부실한 검경 수사, 통계청장 경질로 ‘코드 통계’ 음모론, 코드인사, 편향된 사법부, 화이트리스트 등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470조원이라는 슈퍼예산을 만들었고, 이제 여야는 이 예산안을 두고 양보없는 전쟁을 예고한 상태이다. 여당은 “절대 사수”를 외치지만 보수야당은 “현미경심사”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긴 싸움이 예상된다. 4.27 판문점선언 국회비준과 산적한 민생‧개혁 법안의 처리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떨어진다. 

이제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향후 1년에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국내경제가 휘청거리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맞고보니 어느 정권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집권 초기 문재인정부가 협치의 물꼬를 트고 대의민주주의를 성숙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함께하는 당정청 전원회의가 1일 청와대에서 열렸다./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