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아시안게임 야구가 끝나고 오늘(4일) KBO리그가 재개된다. 각 팀들이 본격적으로 막바지 순위다툼에 돌입하는 가운데 '아시안게임 후광'이 기대되는 팀도 있고, '아시안게임 역풍'이 우려되는 팀도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3연패에 성공하고 돌아왔지만 별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병역미필 선수(자격이 안되는) 선발 논란, 정규리그까지 중단하고 프로 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했어야 했냐는 논란이 거셌다. 더군다나 한국은 실업팀 선수 위주의 대만에 예선리그에서 패하는 참사를 당했고, 일본을 결승 포함 두 차례 꺾으며 우승하긴 했으나 사회인리그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린 일본을 시원하게 이긴 것도 아니었다.

재개되는 정규리그에서 아시안게임 영향은 없을까.

   
▲ 사진=KBO 공식 SNS


논란은 여전하지만 어쨌든 금메달을 딴 대표팀의 병역미필 선수 9명은 병역 혜택을 받았다. 넥센이 이정후 김하성 최원태 등 3명으로 가장 많고, 두산(함덕주 박치국)과 삼성(최충연, 박해민)이 2명씩 포함됐다. 그밖에 LG 오지환, NC 박민우가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금메달 영광과 병역 혜택까지 받은 선수가 팀에 복귀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달라 보인다. 팀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아시안게임 최대 수혜 팀은 넥센 히어로즈라 할 수 있다. 병역 혜택자가 3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필 3인방 포함 박병호까지 넥센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활약상은 돋보였다. 

이정후는 스무살 막내임에도 대표팀 톱타자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했고, 박병호는 일본과 결승전 포함 4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대한민국 4번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김하성은 장염으로 고생하긴 했지만 유격수 수비를 안정적으로 펼쳤고, 결승 진출의 고비였던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선제 솔로포를 날리기도 했다. 최원태도 슈퍼라운드 일본전 선발 2이닝 무실점 등 기본적인 제몫은 해냈다. 

더군다나 넥센은 미필자들의 병역 혜택 논란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김하성은 대표팀의 대체불가 주전 유격수였고, 이정후와 최원태는 대회 직전 대체선수로 선발됐는데 빼어난 리그 성적으로 자격 시비가 있을 수 없었다.

반면 LG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가장 울상짓는 팀이 됐다. 병역미필 선발 논란의 주원인이 된 오지환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심각한 비난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는 대회 내내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아 실망감을 안겼다. 투수 임찬규는 약체 홍콩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실점으로 기대 이하 피칭을 했고 홈런까지 맞았다.

   
▲ 사진=KBO 공식 SNS


대표선수로 참가했던 선수들의 성적이 신통찮았던데다 의기소침해진 오지환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이 큰 LG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전 넥센과 LG의 팀 성적과 분위기도 완전히 상반돼 있었다. 넥센은 최근 10경기에서 9승 1패의 초상승세를 보이며 LG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고, 3위 한화를 3게임 차로 추격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얻은 긍정적인 기운을 보태면 4위 이상의 순위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 됐다.

LG는 아시안게임 전 10경기에서 3승 7패로 한화와 함께 승률이 가장 좋지 않았다. 순위도 5위로 내려간데다 넥센과는 3.5게임 차로 벌어졌고, 6-7위 삼성과 롯데에는 1경기, 1.5경기 차로 추격당했다. 안정적으로 보였던 포스트시즌 진출도 불투명해진 위기 속 오지환 논란과 타격부진에 빠진 김현수 등 악재가 한가득이다.

물론 대표선수로 참가했던 선수들이 소속팀 전력의 전부는 아니다. 각 팀들은 휴식기 동안 전열을 재정비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선수들은 재충전을 하며 리그 재개를 기다려왔다. 새로 출발선상에 선 것처럼 각 팀들은 막판 순위 레이스에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한두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얼마나 가라앉고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이 여실히 보여줬다. KBO리그 재개와 함께 넥센과 LG의 행보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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