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연 3%대 고금리 적립식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으면서 함께 단기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는 NH투자증권과의 경쟁구도에 불이 지펴졌다. 한투증권 측은 지나친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지만, 조속히 3호 인가 증권사가 등장해 경쟁구도가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이 연 3.00% 금리를 적용하는 '적립식 퍼스트 발행어음'을 지난 3일 출시해 시장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번에 나온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NH투자증권이 지난 7월 출시한 'NH QV 적립형 발행어음'(연 2.50%)보다 0.50%p나 높은 금리다.

   
▲ 사진=미디어펜


한투증권과 NH투자증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갖고 있다. 즉 이번 상품 출시는 발행어음 1호 인가 증권사인 한투증권이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을 내놨다는 데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두 회사의 약정형 발행어음은 최고금리가 연 2.30%로 같은 수준이었지만 적립식 상품은 이번에 한투증권이 NH투자증권보다 늦게 내놓으면서 금리를 높였다. 

한투증권의 이번 상품 출시는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활용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IB부문의 성과가 전사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투증권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빠르게 모아 각종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이번 상품을 내놓았다는 진단이다.

한투증권은 이번 상품에 지나친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한투증권 측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과의 금리 경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이번 상품의 경우) 적립식 상품이라 가중평균을 따지면 모든 투자금에 적용되는 금리는 실질적으로는 연 2%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회사들 간의 경쟁이 소비자들의 효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조속히 발행어음사업을 영위하는 ‘3호’ 증권사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원래 KB증권이 올해 안에 3호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한 직원이 고객 휴면계좌를 이용해 투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언제 인가를 받을지 기약이 없어졌다.

한투증권은 작년 11월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의 일환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중 처음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지난 6월 말 현재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판매액은 2조 7364억원으로, 작년 말의 8527억원 대비 1조 9000억원 정도가 늘어났다.

이후 NH투자증권이 2호 인가를 받아 어느 정도 시장의 긴장감이 올라갔지만 아직까지 경쟁다운 경쟁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하면서 시작한 초대형IB 사업의 핵심은 발행어음 사업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어서 3호 인가 증권사가 등장해 경쟁구도가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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