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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환상'과 위기의 대한민국
경제평등 추구가 오히려 불평등 불러…저성장·양극화로 치달아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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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9-04 15: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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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국가운영패러다임논쟁에 부쳐

   
▲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전 서울대 초빙교수
박정희 사후 40년, 한국은 박정희 반대로 하면 행복한 선진국 된다고 박정희지우기에 몰두해왔다. 이제 막판 노력이 진행 중이다. 심지어 소위 우파정당이라는 한국당마저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 박정희 '국가주의'를 청산하겠다고 박정희청산의 마지막 조종(弔鐘)을 치고 있다.

발언의 당사자는 물론 한국당은 그렇게 청산하고 싶은 박정희 국가주의가 어떻게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는지 그 까닭을 알기나 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심히 궁금하기 그지없다. 나아가 박정희 반대로 한 40여년, 한국의 오늘은 원하는 행복한 선진국이 되었는가? 한국의 오늘,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3류 국가로 빠르게 전락하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마치 60여년전에 시작된 박정희시대 때문인 양 호도하고 있다. 그럼 진실은 무엇인가?

박정희 시대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경제학계는 물론, 정치학계, 정치계, 언론계 등은 언필칭, 독재, 불균형, 빈부격차, 재벌경제, 경제력 집중, 경제적 자유침해, 심지어 과도한 정부개입에 따른 자원배분의 왜곡, 그리고 이제 와서는 박정희는 국가주의의 화신이라는 낙인 등, 모든 정치·경제·사회문제의 종합병동처럼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는 소리를 한다. 이런 유의 주장은 심지어 KDI 등 국책연구기관의 공식 문건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이 모든 문제들을 다 합치면 한국경제는 박정희 시대에 이미 몰락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세계는 그 시대를 이구동성으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지식인사회가 그동안 대부분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신화 같은 주장들로 우리가 이룬 세계사적 성공의 역사를 폄하하고 부정해왔음을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일이 지난 40년 가까이 한국사회를 풍미하고 있다. 그러니 그 시대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되었을 리 없고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깊을 리도 없다.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용감한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계은행(The East Asian Miracle, 1993)은 박정희 시대가 당시 전 세계에서 최고의 동반성장을 시현했음을 밝혔다. 1965-89년간 연평균 8%가 넘는 최고의 성장에 양호한 소득분배로 인류역사상 최고의 동반성장을 시현했다는 것이다. 불가사이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미 망했어야할 박정희 시대가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과 그것도 현 집권세력이 원한다는 최고의 포용적 성장을 했다니 말이다. 필자가 이미 졸저("한국경제발전의 흥망성쇠, The Rise and Fall of Korea’s Economic Development",  Palgrave-Macmillan, 2017.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 기파랑, 2018)에서 밝혔듯이, 이는 박정희시대를 묘사하는데 동원되고 있는 대부분의 정치적 혹은 경제·사회적 수사들이 모두 근거 없는 신화임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사후 40년간 그 반대로 해온 오늘날의 한국은 정치적 혼란, 사회적 분열, 무소불위의 전투적 기득권 노조의 횡포, '헬 조선' 부추기는 높은 청년 실업, 고령세대의 빈곤층화, 2%대 저성장과 분배악화로 무너지는 동반성장, 주력산업의 경쟁력약화는 물론 중소 자영업의 몰락 등 일인당 소득 3만불 속의 현대판 정치·경제·사회종합병동양상을 보이고 있다.

   
▲ 경제평등을 내걸고 성장하는 기업을 홀대한 경제체제는 영락없이 저성장·양극화나 몰락에 직면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회주의적 국가주의의 선무당 칼춤이 멈추지 않은 한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사진=청와대

소위 정치민주화 이후 30여 년 동안 특히 경제민주화 깃발아래 균형발전과 경제평등을 추구해온 한국은 이제 전혀 목표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정반대의 저성장·양극화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경제사회적으로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선진국 간다고 국민들을 현혹해온 지난 30여년 그 결과는 더 불평등해지고 더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됐다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포함 어느 지식인이나 언론도 이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은 없다.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이제 지난 30여년간 원하는 대로 한국경제를 주무르고 실험해온 정치권이 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진 대한민국 기적의 40여년과 지난 30여년 민주화시대가 이룬 성과를 냉정하게 비교평가하고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아니면 무엇을 버려야 할지, 그럼 그동안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지 엄정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안하거나 못하면서, 이런 결과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은 물론 지식인들이나 언론이 어느 시대를 청산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느니 함부로 그리고 가볍게 요설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70년 한국 및 세계 경제사의 교훈이 하나 있다면 "경제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는 더 불평등해지고 불평등을 허용하는 사회는 오히려 평등해진다"는 역설이다. 한국의 성공과 북한의 몰락, 박정희시대의 동반성장과 그 이후의 저성장·양극화, 더 나아가 자본주의의 번영과 사회주의의 몰락의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경제평등을 내걸고 성장하는 기업을 홀대한 경제체제는 영락없이 저성장·양극화나 몰락에 직면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박정희시대의 소위 국가주의는 자조·자립적 경쟁의 활성화를 통해 불평등의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모든 국민들의 성공하려는 의지를 극대화하여 동반·포용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그 이후, 오늘날의 국가주의는 경제평등을 약속함으로써 국민들의 성공의 동기를 차단하고 자기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게 함으로써 모두를 실패하게 만드는 국가주의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전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진수를 충실히 실천한 자본주의적 국가주의인 반면 후자는 사회주의이념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적 국가주의임을 제대로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정부의 시장경제정착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국가주의"라 해서 무조건 악으로 보는 도그마 화된 맹목적 자유주의시류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별할 줄 아는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 자세가 필요하다. 진정으로 청산되어야할 국가주의란 바로 지금의 사회주의적 국가주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국경제 회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측면들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한국 지식인 사회의 반실사구시적 맹목성(反實事求是的 盲目性)에 한국사회의 불행이 있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모두 잘살게 하겠다는 사회주의 경제평등실험을 하다하다 안되니 이젠 국민들한테 그냥 돈을 찍어 나눠주면 경제가 동반성장 한다는 –통화·재정지출확대가 단기적인 경기안정(경제성장과는 다르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케인즈마저도 놀라 무덤 속에서 튀어 나올-기상천외의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곡학아세를 넘어 미망에 빠진 국민들을 더 현혹시키고 있다.

박정희시대 동반성장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지난 30여년 사회주의적 국가주의에 의한 평등주의실험의 실패에 대한 반성도 없이, 막무가내로 저성장·양극화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 이성을 잃었다기보다 마치 아예 이성이 없는 사람들처럼 나라를 멋대로 실험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회주의적 국가주의의 선무당 칼춤이 멈추지 않은 한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여기에 야당마저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과 포용적 성장의 기적을 이룬 박정희 청산의 완결판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깃발을 들고 나서고 있으니 이제 믿을 곳이라곤 없어졌다. 국가경제운영을 무슨 실험하듯이 덤비는 일이 더 이상 없어지기를 충심으로 바라지만 연목구어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대한민국과 그 경제에 이미 조종이 울리고 있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전 서울대 초빙교수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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