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신경전…'영장 안 내주는 제식구 감싸기' vs '과잉수사, 담당법관의 법에 따른 판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착수한지 70여일이 지났지만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기각을 두고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5년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을 현금으로 상납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7일 오전 대법원 예산담당관실과 재무담당관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의 집행내역 기록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당초 법조계는 지난 6월15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자료제공 등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나선 이번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진상규명이 더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을 처음 압수 수색했던 지난 6일 '압수수색 영장이 대법원 일반직 직원들 사무실에 한정해서 발부됐고 전직 고위법관들의 주거지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단에게 보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1시간 가량 지나 기자단에게 '행정처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이전에도 있었음을 알려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과 법원간 줄다리기에 대해 "법원 입장에서는 홍보라는 애초의 용도대로 썼기 때문에 비자금이라는 검찰의 규정이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더욱이 법원은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수사의 본류와 관계없는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은 대법원이 지난해부터 이미 3차례 진상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던 의혹"이라며 "블랙리스트를 비롯해 재판거래 의혹이라면 모를까 비자금 조성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한 것을 무리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 담당인 서울중앙지검 특수 1, 3부가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208건에 달하지만 법원은 23건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고, 이중 법원행정처 영장 50건은 모두 기각했다.

'2017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일반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10.8%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90% 가까이 기각됐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법원내 기류와 달리 외부에서 보면 결국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과잉수사라는 지적과 함께 영장 발부 기각이 영장담당 법관의 법에 따른 판단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진상규명이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보았다.

그는 "여당측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별영장전담판사 임명과 특별재판부 구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까지 발의됐지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방탄 법원에 막혀 유의미한 압수수색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에 응한 현직 판사들 다수가 당시 사용했던 휴대전화기를 분실하거나 파기한 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의 증거인멸이 일어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앞서 법원행정처에서 3차례에 걸쳐 조사받으면서 휴대전화를 제출했고 조사를 마친 후 바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과 법원간 갈등에 대해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법원 내부 징계가 진행됐다"며 "최근의 검찰 수사를 미리 예상하고 대응했다기 보다는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 관련 판사들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추가 수사의 단초이자 진상규명의 전제로 꼽힌다. 법원이 계속해서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는 한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실체에 접근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소환조사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검찰이 앞으로 어떻게 실체를 규명할지 주목된다.

   
▲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5년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을 현금으로 상납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6일과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압수수색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