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초대형IB 인가 지연으로 가장 손해 보는 건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삼성증권 등이 아닙니다. 아예 기대감조차 품을 수 없는 중소형사들의 피해야말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중소형 A투자증권 관계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 이후 대형 증권사들의 선전이 돋보이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공개(IPO)시장, 인수·합병(M&A)시장 등을 모색하며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지만 하반기 증권업계 전망이 좋지 않아 실적을 낙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우선 케이프투자증권의 경우 IPO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4월 하나금융투자를 상장 주간사로 선정한 케이프투자증권은 IPO를 통해 자본 확충을 도모하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 등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 여러 번 도전했으나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케이프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000억원 수준으로,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면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IB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이 세워졌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도 코스닥 입성을 준비 중이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사모투자펀드(PEF)인 케이앤케이드림파트너스가 지분 87.3%를 보유 중인 증권사다.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주요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도 시야에 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현재 500억원 미만이다.

이 밖에 KTB투자증권은 자회사 KTB네트워크의 코스닥 IPO를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KTB투자증권은 KTB네트워크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중소형사들의 M&A 현황 역시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교보증권이 매각 의사를 밝혀둔 상태다. 유안타증권이나 삼성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도 M&A 시장에 재등장할 여지가 많은 회사다.

은행권에서부터 불어닥친 지각변동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전환 작업을 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IB 강화 차원에서 증권사 매물도 함께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우리은행이 증권 계열사를 인수할 경우 한순간에 업계 지도가 바뀔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중소형사들의 이와 같은 치열한 자기변신은 대형 증권사들과의 격차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5대 증권사는 초대형IB 인가를 받았고, 그 중에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까지 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KB증권을 비롯한 3개사들의 추가 인가는 언제 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코스피‧코스닥의 하반기 흐름이 나란히 비관적일 것으로 추정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에 기댈 수 없는 증권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소형사들 사이에서 ‘겨울나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전략들이 시도되면서 당분간 업계 지도가 활발하게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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