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남태희(27·알두하일)가 '슈틸리케의 황태자'에서 '벤투의 황태자'로 변신(?)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서 2-0 완승을 거뒀다. 벤투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화끈한 승리로 이끌어내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이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격이 다른 플레이를 보여준 손흥민을 비롯해 선제골을 넣은 이재성 등 대표선수들은 두루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승리의 일등공신은 남태희였다.

   
▲ 코스타리카전에서 쐐기골을 넣은 남태희가 손흥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전반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잡고 여러 차례 슛 기회를 만들었지만 코스타리카 골문을 잘 열지 못했다. 그러다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손흥민의 슛이 골대 맞고 나오자 이재성이 재차 슈팅해 골을 터뜨렸다.

선제골로 연결된 페널티킥을 얻어낸 선수가 남태희였다. 기성용이 문전 쇄도하는 남태희를 보고 긴 전진패스를 연결했다. 남태희가 어깨로 볼 트래핑을 하며 수비수를 제치고 골문쪽으로 다가서려던 순간 상대가 다급하게 반칙으로 막았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남태희의 기민한 움직임이 이끌어낸 페널티킥이요 선제골이었다. 

남태희는 후반 33분 통렬한 추가골을 직접 꽂아넣으며 두 골 차 승리를 만들어냈다. 밀집된 코스타리카 수비 진영을 헤집는 드리블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문을 뚫었다. 남태희의 개인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남태희는 발재간과 돌파력을 갖춘 공격수다. 카타르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해 '카타르 메시'라는 별명도 얻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초기에 남태희는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남태희를 눈여겨 봤고 그를 대표팀에 자주 불러들였다.

하지만 남태희가 A매치에서 다소 기복을 보이는 사이 새롭게 떠오른 스트라이커 이정협이 '슈틸리케의 황태자' 자리를 가져갔다.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하면서 체격 조건이 좋거나 유럽 무대에서 뛰는 공격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면서 남태희의 대표팀 내 입지는 줄어들었고,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 남태희는 선발되지 못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자신의 데뷔전인 이번 코스타리카, 칠레(11일)와 2연전을 앞두고 남태희를 대표 명단에 넣었다. 기술을 앞세운 축구를 선호하는 벤투 감독의 눈에 남태희가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리카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남태희는 선제골에 기여하고, 추가골을 터뜨리며 벤투 감독의 데뷔전을 빛나게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도 과시했다. 벤투 감독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남태희는 이번에는 '벤투 감독의 황태자'가 될 수 있을까. 코스타리카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플레이를 계속한다면 벤투 감독이 남태희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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