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은 듯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실패로 축구팬들의 실망감이 들끓은 것이 불과 2개월여 전인데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새 희망에 들뜬 팬들의 대표팀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세계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는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힘겨운 과정을 극복하며 금메달을 따내 사상 최초로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지난 7일에는 월드컵 후 처음 열린 A매치에서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완파했다.

한국 축구가 좋은 흐름을 탄 모양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월드컵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지휘한 23세 이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신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데뷔전을 치른 코스타리카전 대표팀. 사령탑도, 팀 구성도 달랐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울먹이는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캡틴' 손흥민(26·토트넘)이다. 모두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함께한 승리요 영광이었다. 

월드컵 독일전에서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뛰었다. 월드컵 대표팀 주장은 기성용이었지만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부주장 장현수가 있었지만 앞선 경기 실망스런 플레이로 위축돼 있어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이 주어졌다. 독일전 승리는 손흥민의 투혼과 경기 조율, 환상적인 쐐기골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아시안게엠에서 손흥민은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A대표팀 에이스에게 자연스럽게 캡틴 역할이 주어졌고, 손흥민은 후배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합작해냈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어이없게 졌을 때 누구보다 선수들을 따끔하게 질책하며 대표선수로서의 책임감과 투지를 강조한 이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중심이 돼 똘똘 뭉친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일본 등 까다로운 상대들을 연이어 꺾고 정상에 올랐다.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주장은 손흥민이었다. 기성용 김영권 등 주장을 맡을 만한 선배들이 함께 선발 멤버로 나섰지만 벤투 감독은 에이스 손흥민에게 주장을 맡겼다. 아시안게임에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온 손흥민은 여전한 기량으로 대표팀 공격의 중심이 됐다. 남태희가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에서 골대를 맞히는 실수를 한 손흥민이지만(이재성이 재차 슛해 한국은 선제골을 넣었다), 손흥민을 탓하는 축구팬은 별로 없었다. 남태희가 전반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후반에는 마무리 골까지 넣어 승리의 주역이 됐으나 손흥민의 존재감이 곳곳에서 드러난 경기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8일 파주 NFC(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는 대표팀의 오픈 트레이닝 행사가 진행돼 팬들이 직접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례적으로 1천명 넘는 팬들이 교통 불편을 무릅쓰고 NFC로 몰려들어 대표팀을 향해 환호를 보내며 응원해줬다. 누구보다 많은 인기를 누리며 사인 요청이 쇄도한 선수가 '캡틴' 손흥민임은 물론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손흥민은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다. 이제 주장 완장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대한민국 축구의 '센터'임을 공인받았고 그에 걸맞은 활약상을 보이며 새로운 부흥기를 이끌고 있다. '팀 손흥민'으로 이름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대표팀이 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손흥민은 병역혜택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더 높이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캡틴 손흥민이 높이 날수록 한국축구는 다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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