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어메니티 중요도 날로 커져...어메니티로 호텔 이미지 나눠지기도, 자국 우선주의 시각도
   
▲ 호텔 어메니티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어메니티(amenity)'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활 편의시설을 뜻하는 이 용어가 호텔에서 처음 사용했는지 알 수 없지만 '손님의 편의를 꾀하고 격조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객실 등 호텔에 무료로 준비해 놓은 각종 소모품 및 서비스 용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객실 내에 제공하는 여러 소모품 및 서비스 용품을 어메니티라고 하며, 그중에서도 욕실 내에 비치돼 있는 샴푸와 샤워젤, 바디로션 등을 가장 일반적인 어메니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객실 어메니티가 호텔을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아니나 그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호텔 브랜드나 위치 등을 주로 고려했다면 지금은 객실에 어떤 어메니티를 사용하는지를 따지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호텔도 어메니티를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습니다. 호텔의 이미지와도 맞아야 하고 좀 더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호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만족도가 커야 하며 가격적인 것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브랜드 역시 해당 호텔에 자사 어메니티가 들어갔을 때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질지 낮아질지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호텔에 들어가서 브랜드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미지가 나빠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호텔들 어떤 어메니티 사용하나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어메니티가 있습니다. 파크 하얏트는 르 라보, 그랜드 하얏트는 준 제이콥스, JW메리어트는 아로마테라피 어소시에이트와 탄(THANN), 인터컨티넨탈은 아그랄리아, W호텔은 블리스, 힐튼은 피터토마스로스(현재 크랩트리앤에블린) 처럼 말이죠. 하지만 엄격하게 이 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호텔에서 좀 남다른 어메니트를 사용하고 싶으면 글로벌 본사의 컨펌을 받아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파크 하얏트 체인들이 주로 르 라보를 사용하는 데 반해 파크 하얏트 서울은 호주 뷰티 브랜드 이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 오픈 당시, 글로벌 본사에서는 공식 어메니티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파크 하얏트 서울의 오너인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이솝의 오가닉 컨셉과 파크 하얏트의 철학과도 맞다고 판단해 이솝을 어메니티로 결정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그 이후에 파크 하얏트가 르 라보를 공식 어메니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솝을 지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솝의 단가가 더 높은데도 말이지요. 최근 현대산업개발 계열의 호텔아이파크는 강원도 정선에 자체 호텔 브랜드인 파크로쉬를 오픈했는데 이곳에서도 이솝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롯데호텔 이그제규티브타워에 들어가는 딥디크 어메니티./사진=미디어펜

JW메리어트 동대문도 글로벌에서는 주로 아로마테라피 어소시에이트와 태국 브랜드 탄을 사용하고 있으나 프랑스 브랜드 록시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내에 있는 스파도 록시땅이 들어와 있습니다. JW메리어트 서울은 아예 신세계의 시코르와 코스맥스가 협업해 자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호텔 측은 브랜드 사용료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단가 대비 품질은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호텔 측은 향후 이 제품을 브랜드화해 판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그룹 계열의 라이즈호텔도 자체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소포장으로 돼 있는 것도 아니고 큰 병으로 돼 있어 그리 고급 이미지는 아닙니다. 큰 병의 어메니티는 주로 중저가의 비즈니스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호텔 중에는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영국 브랜드 몰톤 브라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국내서 그리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에 들어가면서 더 이름을 알린 경우로 보입니다. 또 롯데호텔 계열의 시그니엘과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티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조선호텔 계열의 레스케이프호텔에서도 프랑스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을 어메니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호텔 측은 전 세계 호텔 중 유일하게 아틀리에 코롱을 사용한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틀리에 코롱은 향수 중심 브랜드이고 향수 브랜드 중 최고의 니치 향수 브랜드도 아닙니다. 크리드, 프레데릭 말, 메종 프란시스 커정 등 전 세계적으로 쟁쟁한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즐비하죠. 또 아틀리에 코롱이 그 동안 전세계 호텔 체인들의 콜을 받지 못한 건 어쩌면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어메니티의 흐름은 과거 피부 안정성과 니치함을 내세우기 위해 스파 전문 브랜드를 사용했다면 지금은 향수 전문 브랜드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향에 대한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향에 대한 고객들의 호불호가 큰 만큼 리스크 역시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 중 어메니티의 질은 하얏트-메리어트(스타우드)-IHG-힐튼-아코르 순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어메니티로 이미지 엇갈린 호텔들

앞서 얘기했듯 어메니티가 호텔에서 차지하는 이미지는 절대적이지 않고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민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메니티를 선택해 가장 성공한 호텔을 꼽으라면 서울 삼성동의 파크 하얏트 서울이 아닐까 합니다. 앞서 말했듯 이 호텔은 오픈할 때부터 호주 브랜드 이솝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이솝은 지금 아주 잘 나가는 브랜드가 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한 브랜드였습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만 매장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브랜드는 오가닉이라는 뚜렷한 철학이 있었고 파크 하얏트 서울에 제품이 들어가면서 상생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에 이솝 제품이 들어간다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알려지면서 이솝 제품을 사용하려고 일부러 호텔에 투숙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에는 객실뿐 아니라 사우나 시설에도 이솝 제품을 비치해 고객들이 투숙하는 동안 이솝 제품을 원 없이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 플라자도 상위 룸에 에르메스 어메니티가 들어가면서 호텔 이미지도 동시에 높아진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JW메리어트 서울의 어메니티 제품./사진=미디어펜

또 어메니티로 성공한 호텔은 반얀트리 호텔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 호텔은 스파로 유명하고 자체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스파용품과 어메니티로 제공했습니다. 이 제품의 질이 좋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반얀트리 역시 이름을 알리게 됐습니다. 

신라스테이와 제주 해비치호텔 등에 공급되는 아베다 역시 호텔 어메니티로 제공된 이후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경우로 알고 있습니다. 두피 케어로 유명한 아베다 제품이 호텔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들이 백화점 등에서 많이 찾았다고 합니다.           

반편 호텔에 어메니티를 공급해 실패한 경우를 꼽자면 힐튼에 공급된 피터토마스로스와 W호텔의 블리스가 아닌가 합니다. 피터토마스로스는 개인적으로 해외직구로도 구매했을 정도로 한때 좋아했지만 힐튼에 공급되고 나서 더 이상 찾지 않은 브랜드가 됐습니다. 특히 힐튼에 공급되는 피터토마스로스는 중국에서 만들어 한국에 공급되고 있는데 품질이 그리 좋지 않아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적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힐튼은 어메니티를 자연주의 컨셉의 크랩트리앤에블린으로 바꿨습니다. 이 제품 역시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W호텔에 들어가는 블리스도 한때 국내 백화점에 매장을 내기도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현재 블리스 매장을 찾아보기는 거의 힘들어졌습니다. 해외에서도 블리스는 그리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지 않습니다. 

호텔 어메니티와 자국 중심주의

호텔들이 어메니티를 선정할 때 브랜드와 품질, 가격 이외에도 어느 국적의 브랜드인지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체인 호텔들은 미국 브랜드를, 프랑스 체인 호텔들은 프랑스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지요. 

힐튼은 오랜 기간 미국 뷰티 브랜드인 피터토마스로스를 사용해 왔으며 파크 하얏트는 미국 브랜드인 르 라보를 어메니티로 선정했습니다. 프랑스 아코르 계열의 소피텔은 프랑스 브랜드 랑방을 공식 어메니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외도 많지만 호텔들은 주로 자신의 국적의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을 가도 시세이도와 가네보 등 자국 브랜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국 역시 탄과 판퓨리, 한(HARNN) 등 자국 브랜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탄은 메리어트의 공식 어메니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호텔들은 얼마나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고 사용하고 있을까요. K-뷰티를 그리 외치면서도 호텔들이 사용하는 어메니티는 주로 해외 브랜드들입니다.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은 영국 브랜드 몰톤 브라운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그니엘 호텔은 프랑스 브랜드 딥디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게 자랑일까요.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의 서브원이 서울 마곡에 코트야드 메리어트 마곡을 소유하면서 어메니티로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잠실의 시그니엘 호텔이 바스 솔트로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JW메리어트 서울이 코스맥스와 PB제품을 만들었고요. 그 외에는 대부분이 해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있겠지만, 사대주의 의식도 분명 묻어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브랜드는 혼자 열심히 뛴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 이끌고 도와주어야 만이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호텔과 글로벌 뷰티 브랜드도 탄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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