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집사부일체'가 겹경사를 맞았다. 방송대상에서 수상을 하고 자체 최고시청률 기록도 경신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집사부일체'에서 사부가 실종하는 묘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일 열린 제45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가 예능버라이어티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9일 방송된 '집사부일체' 말미에는 자막을 통해 이런 성과를 자가 홍보하며 더 노력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날 '집사부일체'의 시청률은 11.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4월 8일 기록한 11.7%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신기록이었다.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가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멀리 미국 LA로 사부를 만나기 위해 떠난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베트남으로 가 현지에서 영웅이 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난 외에는 흔치 않았던 해외 원정 촬영이었다. 시청자들은 미국까지 가서 만나게 될 사부가 누구인지 관심이 컸다.

   
▲ 사진=SBS '집사부일체' 방송 캡처


마중 나온 리무진을 타고 베벌리힐즈로 간 멤버들이 만난 사람은 배우 차인표였다. 차인표는 이미 지난 4월 방송에서 사부로 출연한 바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은 반가워하면서도 다시 사부로 나온 것인지 의아해했다. 

차인표는 '사부 아님'이라는 명찰을 보여주며 "나는 그저 초대자다"라고 하면서 "진짜 사부는 칠흑같은 밤하늘의 북극성 같은 분", "마스터 오브 더 마스터 같은 분"이라고 사부에 대한 힌트만 줬다. 차인표는 사부가 오늘은 바빠서 자신이 가이드를 한다고 했다.

차인표와 멤버들은 LA 투어를 하고, 햄거거 맛집을 찾아 먹방을 하고, 영어 끝말잇기 게임을 하고, 각자 도전 과제를 정해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부 출연 경험이 있는 차인표와 멤버들의 케미는 좋았고, 해외 촬영답게 볼거리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고, 멤버들의 티격태격은 여전해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사부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회 방송분이 멤버들과 차인표의 현지 투어와 말장난, 먹방, 게임 등으로 채워졌다.

예능 프로그램이니 재미와 웃움만 줬으면 된 것일까. '사부'가 빠진 '집사부일체'는 여느 여행 프로그램, 모여서 개그 주고받고 게임하는 예능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방송대상에서 '집사부일체'를 높이 평가하고 상까지 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흔히 보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하다고 준 상은 아닐 것이다.

'집사부일체'의 핵심은 바로 '사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만나볼 수 없는 여러 분야의 사부를 모시고, 그들의 언행이나 생활습관, 가치관 등을 보고 듣고 따라해보면서 재미와 함께 생각할 화두를 던져온 것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었다. 

해외 원정 촬영에 나섰으니 방송 분량을 확보하고 회차를 늘리고 싶었을 제작진의 처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식이면 '집사부일체'라고 내건 간판의 의미가 퇴색한다. 시청자들의 사랑이 커지고, 의미있는 수상으로 격려를 받을 때, '집사부일체' 제작진은 다시 한 번 초심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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