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 및 통화정책 고려않고, 소득격차의 근본 원인이 자본이라고 단정

-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자본의 개념을 잡은 피케티의 오류
- 소득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자본이라고 단정 지은 피케티
- 기술발전과 통화정책을 간과하여 소득격차의 근본 원인을 호도하는
- 구성원들의 변화와 계층이동을 고려하지 않은 피케티의 소득불평등 개념

   
▲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피케티 열풍에 자유주의자가 답하다>라는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피케티가 광범위한 데이터를 이용해 소득불평등을 연구한 것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그의 근본적인 연구가 자본이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게 정의되고 또 측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개념이 너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피케티는 자본(capital)을 부(wealth)와 동일시하고 있으며, 자본에 비인적 자산을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금융 자산, 공장, 인프라, 기계 등의 물적 자본, 그리고 기업 이윤과 특허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것을 다루는데 있어서 피케티는 자산들을 동일하게 취급하며 이것의 양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자본의 가치는 기업가의 주관적인 생산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자본이 생산적이고 높은 수익을 얻으면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되고 비생산적으로 사용되면 그 가치는 매우 낮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사용한 자본이 생산적이면 그 회사가 사용한 자본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만일 B 기업이 사용한 자본이 비생산적이면 그 가치는 0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자본을 부와 동일시하여 비인적 자산을 모두 포함시켰다면 자본이 과대 상계될 가능성이 많다. 자본은 부의 한 형태임에는 틀림 없지만, 추가적인 부를 생산하는 특이한 형태의 부이다. 추가적인 부를 생산하는데 사용되지 않는 자산을 자본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다.

   
▲ <피케티 열풍에 자유주의자가 답하다> 토론회 전경 

피케티의 제 1 기본법칙은 항등식이기 때문에 자본스톡을 늘릴수록 수확체감의 밥칙이 작용하여 자본수익율이 감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본스톡이 늘어나도 자본소득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자본스톡과 자본소득 간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피케티는 제 2 기본법칙에서 장기 경제성장률과 저축률(혹은 자본증가율)을 비교하고 있다. 이는 장기 저축률이 장기 경제성장률보다 높으면 자본스톡이 증가하여 소득불평등도가 커짐을 시사하고 있다. 이 관계는 저축률과 경제성장률이 독립적인 관계가 성립할 경우 의미가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저축률과 경제성장률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저축률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볼 때 이 두 변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총량(aggregate) 변수는 기본적인 변화의 메커니즘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 논리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자본재 공급이 많아질수록 자본-소득비율(β)이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총생산량이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임금소득이 증가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게다가 기술발전을 위한 투자에는 저축을 통한 자본축적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본-소득 비율(β)이 증가한다. β 증가가 기술발전을 위한 투자 증가일 수 있다. 하지만 피케티 주장대로 자본에 대해 중과세를 하면, 기술발전이 떨어져 경제가 침체되기 마련이다.

소득불평등도가 커졌다고 해서 반드시 부익부빈익빈은 아니다. 소득불평등은 정태적 개념이고 부익부빈익빈 개념은 동태적인 것으로 그 구성원들의 변화와 계층이동을 봐야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고 소득불평등도가 커졌다고 부익부빈익빈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이다. 이것 역시 총량지표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다.

근본적으로는 총량 변수만을 가지고 소득불평등의 원인을 정확히 찾을 수 없다. 피케티의 항등식에 따라 자본량이 많아지면 자본소득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는 어떤 데이터를 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량 증가가 소득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하기 어렵다.

물론 피케티의 모형 안에서는 그러한 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중과세를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원인이 다른데 있다면,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할 경우 생산을 위축시키고 경제성장 둔화와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오히려 소득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 소득불평등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 미제스-하이에크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특히 비생산적인 소득불평등의 원인은 통화팽창에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해 통화량이 증가하면 아직 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유입된 통화를 일찍 손에 넣은 사람의 실질구매력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통화증가로 인해 물가가 오른 후에 새로 유입된 통화를 입수한 사람의 실질구매력은 상대적으로 하락한다. 결국 새로 유입된 화폐를 일찍 손에 넣은 사람과 나중에 입수한 사람 간에 부와 소득격차가 발생한다.

새로운 화폐를 일찍 먼저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개 일반 서민들보다 정부와 더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부유한 사람들이다. 이 점은 피케티의 저서에서도 발견된다. 1910~2010년 미국의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면,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상위 10%가 차지하는 몫이 50%로 최고점에 이른다. 이 시기는 미국 Fed가 통화를 무분별하게 발행하고 미국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했던 시기이다.

인간사회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는 사람마다 능력과 재능이 다르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와 소득불평등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생산적인 인간행동의 결과가 아닌 통화팽창에 의한 비생산적인 소득불평등은 문제이다.

그러므로 소득불평등의 악화를 막는 길은 중과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하여 무분별하게 통화를 발행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하여 경제를 성장시키고, 서민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정도이다. 자본축적이 생산을 증가시켜 인류의 생활수준과 더불어 임금수준을 향상시킴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