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00분 머물렀던 택시 '셀프소독'에 일반구급차로 이송…항공기 일부 탑승객도 행방 묘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고 접촉자 중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았던 10명 전원이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이번 확진자 관리에서 방역망이 곳곳에서 구멍난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의료계는 메르스의 경우 통상 5일 내에 증상을 보이지만 잠복기는 최장 14일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진자 A씨(61)가 귀국한지 닷새째인 12일이 이번 사태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방역망이 곳곳에서 허술했다는 것은 확진자 접촉 관리와 대응, 접촉자 확인 후 행방 확보에 대한 점에서 드러난다.

확진자가 100여분간 머물러 음압병실로 옮겨져 격리되기 전 가장 오랫동안 자리했던 승차 택시의 경우 담당방역관이 아니라 택시운전사가 직접 소독한 것으로 확인됐고, 보건당국은 바이러스 오염 수준 검사를 위한 검체를 택시에서 수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메르스 대응지침을 어긴 것으로, 당초 확진자 탑승 후 택시를 이용한 승객 접촉자 25명의 격리 수준 결정을 위해서 검체를 확보했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보건당국은 택시승객 카드결제 24건 중 22건에 해당하는 접촉자 25명에게만 연락이 닿아 일상접촉자로 분류했고, 나머지 2건(최소 2명 이상)과 현금결제 접촉자에 대한 신병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보건당국이 확진자에 대한 최초 발표에서 이송시 음압구급차를 이용했다고 밝혔으나, 미닫이 유리창 등이 있는 격벽으로 차단된 일반구급차로 확인되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당국은 확진자가 쿠웨이트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국내로 입국할 당시 탔던 항공기 탑승객들의 행방도 일부 확인하지 못했다.

당국은 경유지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확진자 A씨와 같은 항공기(EK322편)에 탔던 외국인 30명과 한국인 1명 등 31명의 국내 행방을 확인하지 못해 경찰청에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더욱이 앞서 확진자가 쿠웨이트에서 두바이까지 이동할때 이용했던 아랍에미레이트 항공기(EK860편)의 경우, 항공사가 밀접접촉자들의 신원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

당국은 항공사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지만, 일각에서는 탑승객들의 개인 정보여서 제공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당국의 초동 조치와 행방 확보 실패에 대해 "확진자 A씨의 비행기 좌석을 기준으로 앞뒤 3열에 앉았던 승객은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밀접접촉자"라며 "이들 중 한명이라도 당시 두바이를 경유해 우리나라로 입국한 것이라면 방역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3년전 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 질병관리본부는 밀접 접촉자 기준을 강화하고 구체화했고 일상 접촉자라는 기준도 추가해 방역망이 훨씬 더 촘촘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전국적으로 음압병실의 병상수는 180~190개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택시 승객들의 경우 여전히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최장 잠복기 14일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할 때 일반구급차로 옮겼다는 사실도,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는 음압구급차가 전국에 배치됐으나 메르스 상황이 터졌을 때 정작 이용하지 않은 것이라 아쉽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는 170여건에 달하고, 12일 오전을 기준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한 일상접촉자는 435명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음성 판정에도 불구하고 잠복기 동안에는 이번 사태로 인한 접촉자들을 지속해서 관리할 예정이다. 당국이 방역망에 또다른 구멍이 나지 않게 하여 시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2일을 기준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고 접촉자 중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았던 10명 전원이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