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량에 따른 적절한 비용 부담 부과가 합리적
해외 콘텐츠사업자 '무임승차' 문제 해결 시급
   
▲ 김영민 디지털생활부장
[미디어펜=김영민 기자]5세대(5G) 통신서비스 상용화 개시를 6개월 정도 앞두고 '망중립성'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망중립성은 통신사업자가 망 이용에 대해 차별하거나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통신 네트워크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망을 깔고 서비스를 하지만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트래픽 폭증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도한 트래픽을 야기하는 기업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조건과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네트워크 품질이 떨어지거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통신사들은 추가 비용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동영상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시대인 만큼 트래픽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비용 부담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5G의 설비투자는 기존 4G(LTE)가 15조원 정도 들었다면 이보다 5조원 정도 많은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5G 시대가 본격화되면 트래픽이 더욱 폭증해 추가적인 비용은 물론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간다.

망중립성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논리는 이렇다. 고속도로를 예를 들어보자. 고속도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톨게이트를 나갈 때 통행요금을 내는데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 등을 구분해서 받는다. 그 이유는 도로를 만들때 투입된 투자비용 회수와 향후 발생할 유지보수를 위한 것이다.

   
▲ 고속도로 톨게이트 이미지

그렇다면 왜 차종별로 이용요금이 다를까? 도로는 시간이 갈수록 마모된다. 경차보다 대형 트럭이 그 마모 속도를 더 높이기 때문에 요금이 더 많이 부과된다. 네트워크도 통신사들이 깔아놓은 고속도로와 같다. 이 고속도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는 있지만 특정한 트래픽을 과도하게 일으켜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이용자에게는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게 맞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동영상 콘텐츠사업자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이 국내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일으키며 큰 이익을 내는 '무임승차' 문제도 망중립성 규제 완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인터넷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통신사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이용대가를 낸다. 하지만 해외 콘텐츠사업자와 인터넷기업들은 여전히 무임승차를 하고 있어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외 업체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망중립성 규제 완화는 통신사들의 수익을 더 늘려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와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결국 5G 시대를 조기 정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차별적인 네트워크 이용요금을 통해 영향력이 커진 통신사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망중립성 규제 완화와 더불어 망 이용요금에 대한 체계적인 제도 마련과 감시 장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더 빨라지고 더 넓어질 5G를 쾌적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5G 고속도로에 대한 적절한 통행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통신사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건전하고 안전한 생태계를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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