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세청·공정위 앞세워 롯데 정조준 "정권의 희생양" ...면세점 피해자에서 뇌물 공여자로 입장 바뀐 롯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가 어떤 큰 잘못을 지었기에 재계 5위 총수가 구속된 것일까.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많은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지만 법정 구속된 사람은 신 회장이 유일하다. 재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전 정권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것에 큰 이견이 없다. 

재계에서는 '박근혜-신동빈 독대' 의혹 관련해서 롯데만큼 박근혜 정부에 휘둘린 기업은 없었는데 오히려 롯데가 피해자가 아닌 공범자가 됐다는 목소리다. 아울러 이번 신 회장의 선고 결과에 따라 재계 5위 롯데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2회에 걸쳐 롯데가 지난 정권에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총수가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는지, 또 그동안 롯데가 어떤 수사와 압력을 받았고 현재 롯데가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짚어보기로 했다.

2016년 휘몰아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그 배경은?

롯데 시련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6년 6월 10일부터 시작된 경영 비리 검찰수사였다. 당시 검찰은 롯데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 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투입된 인원만 320여 명, 3개 부서 20여 명의 검사가 출동했다. 이는 전무후무한 역대 최대 규모 수사 인력으로 기록됐다. 당시 롯데는 경영권 분쟁을 한창 벌이고 있었다. 이 형제간의 싸움이 국민의 반감을 사면서 정권에서 '롯데 손보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수사는 4개월간 이어졌고, 이 기간 소환된 임직원이 500여 명에 달했다. 검찰은 '기업 수사의 정석' 대로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며 롯데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롯데의 피해는 막심했다. 신 회장의 개혁작업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호텔롯데 상장은 눈앞에서 좌절됐고 당시 추진 중이던 미국 PVC(폴리염화비닐) 업체 액시올 인수 무산은 물론, 북남미 및 유럽 등 업체들과 추진 중이던 인수합병 작업도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검찰수사로 인해 전산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 루트가 마비되고 신규사업에 대한 검토나 계획이 잠정 중단되는 등 롯데는 경영 뇌사상태에 빠졌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미 롯데를 거쳐 간 국세청과 공정위의 릴레이 조사를 두고 '검찰수사를 위한 사전 손보기'라 해석,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조기 레임덕 및 4.13 총선 대패 책임을 피하고자 롯데를 '화살받이'로 세웠다는 관측이 많았다.

법조계에서도 사상 최대 수사력을 투입해 롯데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상황에서 결정적인 비자금 증거가 나오지 않자 '먼지털기식 수사의 결말', '충분한 내사도 없이 수사 착수와 방향을 정하다 보니 멀쩡한 기업이 치명상을 입는 것', '전형적인 물타기 수사' 등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 롯데지주

면세점 피해자에서 뇌물 공여자로 입장 바뀐 롯데

신 회장 구속의 가장 큰 배경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줬다 다시 돌려받은 것 때문이다. 이 70억원을 두고 롯데는 '기부'라고 봤고 검찰에서는 '뇌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당시 롯데를 포함해 삼성·현대차·SK하이닉스·KT 등 53개 기업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총수가 구속된 기업은 롯데가 유일하다.
 
신 회장은 2016년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송구스러운 마음에 대통령을 만나 사과하고 더 이상의 분쟁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듬해에 치러질 평창동계올림픽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독대 자리에서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에 대해 묵시적으로 청탁했고 그 대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독대 전 신규 면세점 특허를 공고하기로 이미 결정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신규 특허가 나오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월드타워점과 관련해 청탁할 이유가 없었다는 롯데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그러자 검찰은 애초의 태도를 바꿔 당시 면세점 신규 특허 공고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월드타워점 특허를 확실히 취득하기 위해 청탁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국내 1위, 세계 2위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을 위해 70억원을 낼 이유가 없다"라며 롯데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지난해 7월 11일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면세업 경험이 없고 객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업체들이 승리하면서 특혜설과 내정설이 나도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면세점 대전'을 둘러싼 의혹들이 베일을 벗게 된 것이다. 

1차 '면세점 대전'으로 불린 2015년 7월 심사 당시 관세청은 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 2곳으로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선정했다. 하지만 감사결과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정당한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롯데면세점은 고배를 마셨다. 2015년 11월 2차 '면세점 대전'에서도 롯데가 쓴맛을 봤다. 특허 만료 사업장을 심사한 결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두산이 가져가게 된 것이다. 역시 부당한 심사결과로 인한 롯데의 두 번째 탈락이었다.

1차 면세점 대전에서의 탈락은 롯데 입장에서 새로운 영업점 진출에 대한 실패였기 때문에 큰 손실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2차 대전의 부당한 탈락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3000억원이 넘는 투자와 함께 1300여명의 직원들이 20년 넘게 공들여 운영해 온 월드타워점의 폐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에서도 진흙탕이 된 면세업계 구원을 위해 12월 2일 '면세점 제도개선 TFT'에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듬해인 2016년 1월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계획에 '시내면세점 특허 수 증가 방안'이 포함됐다. 이어 2월에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 발급 결정이라는 결과를 내놓고 기재부와 관세청 간 신규로 발급할 면세점 특허 수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까지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면세사업자 선정 기준을 수시로 바꾸면서 대중과 언론의 빈축을 샀던 관세청이 비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사업자 추가 선정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었다"며 "롯데 같은 업계 리더가 굳이 뇌물까지 주면서 추가 선정을 청탁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