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주52시간 근무시대 취지에 맞게 펀드 기준가 계산 시간을 다음날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펀드 기준가를 당일 저녁에 계산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한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자는 지적이다. 주식거래 마감시간 재변경에 대한 여론도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펀드 기준가 계산 시간을 ‘익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펀드 기준가를 당일 저녁에 계산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이 주요한 근거로 꼽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기준가 계산을 당일 저녁에 하고 있다. 증시가 오후 3시 반에 마감을 하면, 전국 각지 판매사에서 정보를 취합해 운용사에 넘긴다. 이후 운용사에서 이를 넘겨받아 기준가 계산을 오후 7시쯤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종료 시간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점이다. 자정 무렵에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력근무제를 실시해도 주중 근무시간이 52시간은 훌쩍 넘어간다”면서 “최근 흐름에 어긋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저녁시간에 하는 기준가 계산은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은 대부분 마감된 상태지만 런던, 미국 시장은 오히려 열리기 시작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실무자들이 기준가를 계산하기엔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이상의 이유들로 펀드 기준가 계산 시간을 익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실무자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익일 계산은 지나치게 늦기 때문에 제도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기축통화를 쓰는 다른 선진국 시장의 중간 시간대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기준가 계산을 익일로 바꾸면 오늘 일어난 사건에 대한 가격 반영이 다음 날 이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속도를 붙인 논쟁으로는 주식마감 시간과 관련된 것도 있다. 현행 오후 3시 30분으로 돼 있는 거래마감 시간을 다시 오후 3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조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 주식 거래 마감 시간이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연장됐지만 지난해 코스피 상승에도 오히려 거래량은 줄었다”고 짚은 뒤 “전형적인 보여 주기식 정책에서 정규 거래 시간을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규 거래 시간이 연장되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법제화되면서 증권업 노동자들이 법을 위반할 가능성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업계는 내년 6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 시점까지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거래 마감시간을 재변경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거래소 정관을 바꾸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거래소와 노조가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거래소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이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