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임산부·미성년 등 '생명·신체의 자유 침해'로 인정…나머지 458명, 난민 결정 여부 주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올해 제주에 입국해 난민 신청했던 예멘인 484명 중 440명에 대한 면접심사를 마친 후 이 중 23명에게만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 23명에 대해 "본국 내전 혹은 후티 반군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입국한 후 난민 신청을 했다"며 "영유아 동반 가족이나 임산부, 미성년,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총상) 등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인도적 체류 허가에 대해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을 비롯해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와 체포 구금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난민 신청을 받은 지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의 난민 신청자는 3만2733명이었다. 이 중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06명(2.1%), 심사 과정에서 인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1474명(4.5%)에 달한다.

인도적 체류자는 '생명 혹은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근거가 있으면 허가 받을 수 있는 신분으로, 난민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혜택이 없고 본국 등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초청도 할 수 없지만, 국내에서 거주의 이동에 대한 자유와 취업 기회가 주어진다.

난민법 제39조에 따르면, 인도적 체류자가 취업활동 기회만을 허가받을 수 있고, 이외에 생계비 지원이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이들에 대한 출도제한 해제로 국민들이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외국인 등록-체류지 신고제 및 멘토링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며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출도제한 해제 전, 이들에게 법질서 준수를 조건으로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출도제한 보다는 이들이 향후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해 소송을 다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G-1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원칙적으로 1년간 체류할 수 있고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출입국청에 출석해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향후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여건에 따라 난민법 제21조를 감안해 자신에 대한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현행 난민법에 따르면 패소 판결이 확정되어도 당사자가 재차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어 법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며 "이의 신청이 기각될 경우 3심까지 가는 소송에 들어갈 수 있고 소송 횟수 및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어 소송을 모두 거친 후 처음부터 다시 난민신청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난민관련 행정소송은 2014년 423건을 기점으로 2015년 1220건 및 2016년 3161건으로 폭증했고, 난민 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는 자는 2014년 1751명·2015년 3265명·2016년 5350명에 이르고 있다.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받은 23명을 제외한 제주도 예멘인 461명 중 3명은 난민 신청을 포기했다.

현재 난민 심사 결정을 기다리는 예멘인은 458명인데 이들 대부분이 20대 이상 남성이다.

제주도의 경우 난민법이 처음 시행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외국인 1153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탈북자를 돕다가 중국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중국인 선교사 1명에게만 난민의 지위가 부여됐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예멘인 458명에 대해 10월 최종 심사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들이 범죄경력조회 및 테러혐의 등 국내외 관계기관 신원 검증을 거쳐 얼마나 난민으로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 사진은 2017년 9월12일 사법정책연구원과 대한국제법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난민의 인권과 사법' 학술세미나 전경./자료사진=사법정책연구원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