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중국, 어쩔수 없었던 마오쩌둥의 정치적 도박

1980년대 미국시카고대학교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을 저술해 ‘남침유도설’을 주장했다. 이 학설은 북한의 남침 사실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발휘했고, 전쟁의 책임 소재를 ‘둘 다 잘못한 것 아니냐’하는 식으로 모호하게 만들었다.

결국 6.25 남침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침략 주체인 북한정권이 부정해왔고 브루스 커밍스의 수정사관의 영향으로 한국사회에는 ‘남침유도설’이 번지게 되었다. 아직도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상당수가 커밍스 교수의 이론을 버젓이 기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릇된 교육의 영향으로 2013년 어느 청소년인식조사에서 고교생의 69퍼센트가 6.25를 북치이라고 표현하는 지경까지 갔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의 결과 91년 말 소연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구 소련이 보관하던 기밀문서가 뒤늦게 공개되었다. 6.25전쟁은 스탈린과 모택동, 김일성이 의논하여 남침하였다는 역사적 진실을 확인하는 기밀문서였다. 이는 중국 선즈화(沈志華) 교수가 소련의 정부문서고를 뒤져 다수의 외교문서를 발굴하여 공개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공식입장과는 다른 차원에서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작업을 해온 것이다.

   
▲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과 코리아정책연구원이 24일 6.25 한국전쟁 남침의 진실을 밝히는 초빙 심포지엄을 가졌다.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과 코리아정책연구원은 24일 한국전쟁의 역사적인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6.25 남침의 진실'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선즈화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 교수를 초빙해 그동안 중립적이었던 중국이 입장을 바꾸었던 과정과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결과 등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선 교수는 옛 소련정부의 고문서를 분석하여 6.25 한국전쟁의 발발과정 특히 북한의 남침에 대한 실체를 중심으로 한 연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중국 고교 교과서에 포함시키는 등 영향력이 있는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심포지엄은 북한의 남침에 대한 명확한 증거와 관련된 선 교수의 발제로 시작했으며, 국내 학자 및 관계인사와의 학술토의, 일반인 및 대학생까지 참가하는 학술심포지엄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 전 국회의장이었던 박관용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유호열 코리아정책연구원장 사회로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군사사부장,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 선즈화(沈志華)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선즈화 상하이 화동사범대 교수는 “참전을 위해 동북 변방군을 집결하면서 마오쩌둥의 마음 속에는 넘을 수 없는 분계선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 교수는 “중공군이 필요할 때 북한에 보내려는 계획을 이미 생각하고 있던 스탈린과 마오쩌둥은 서로의 요청에 화답했으며, 스탈린은 중국에게 중국 공군을 원조하고 중국에게 공군장비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 교수는 “북한 인민군의 공세가 개전 2달 후 낙동강 전선에서 저지를 받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은 전쟁준비에 더 박차를 가하고 소련 스탈린은 상반되게 더욱 신중해졌다”고 밝혔다.

선 교수는 이어 “전쟁이 중대한 시점으로 진입하면서 북조선을 원조하고 공산주의 진영을 보호하는 책임이 마오쩌둥과 중국공산당의 어깨를 짓누르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선 교수는 마오쩌둥이 참전을 결정한 동기 및 마오쩌둥의 깊은 고민에 대하여 “중국의 출병 과정은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6단계로 나눌 수 있으며, 참전의 동기는 ▲사회주의로써의 중국의 책임과 의무 ▲미국에 대한 저항의 혁명 정신 ▲국가안보 및 주권에 대한 위협 우려 ▲중소 동맹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 공산당 정권의 공고화 등 네 가지 방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 교수는 마지막으로 “중국 참전의 마지막 순간에서 스탈린이 소련 공군의 지원을 철회하는 등 마오쩌둥은 어려운 상황에 빠졌지만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이유로 인하여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군사사부장이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군사사부장은 “중국군 참전문제에 관해서는 2000년부터 매년 연례적으로 한국 및 중국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고,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양 군사사부장은 “선즈화 교수의 발표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마오쩌둥의 참전 결정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이지만, 중국의 결정과정을 놓고 선 교수는 한국학자들과 약간 다른 입장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군사사부장은 “중국지도부는 지속적으로 대북 참전지원에 적극적인 입장이었고 결정동기 역시 대미 혁명정신 제고, 사회주의국가의 책무, 중국 안보 위협 등을 고려하여 결정했다고 선 교수는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하여 양 군사사부장은 “한국학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참전을 전제로 소련으로부터 막대한 장비와 지원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평가 역시 주목해야 하는 분석이다”고 추가로 지적했다.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진핑 주석은 불과 수년전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은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선 교수는 한국전쟁 참전을 실패한 일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있는데 이런 사안에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주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이 한국전에 개입한 전략적 배경에 대해서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추후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가령 북한이 급속도로 붕괴될 경우) 이를 평정하기 위해 한국군이 개입할 경우 중국도 개인할 것인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한국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앞으로의 한중 관계 발전에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논설위원은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스스로 퇴행하여 자멸하였음은 역사의 진실이다. 6.25 전쟁이 대한민국 역사에 많은 해를 끼친 것임을 가정한다면, 중국의 6.25 참전은 대한민국을 침략했다는 점에서 절대로 정의롭지 않은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중국의 참전 동기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공산주의식의 발상이며, 이는 중국이 왜 미국만큼 정의로운 나라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한 반증이다”고 강조했다.

김 논설위원은 또한 “당시 6.25에 중국이 참전하지 않아서 한반도에 자유통일국가가 자리 잡았을 경우, 중국은 오히려 문화대혁명과 같은 역사적 퇴행을 거치지 않고 개방화와 사회발전, 경제발전을 훨씬 더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어 “공산주의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필연을 놓고 보면, 중국의 한국전 참전에 대한 역사 평가는 중국에서 더욱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논설위원은 “향후 남북한 자유통일을 둘러싸고 중국이 제 2의 군사적 모험주의으로서 군사개입할 소지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와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는 분석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