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사회부 김동준 기자
[미디어펜=김동준 기자]요즘 청와대와 국회는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서로는 서로를 향해 한 수씩 주고받으며 ‘수상전(手相戰)’을 벌이는 양상이다. 죽지도, 살지도 않은 ‘미생(未生)마’끼리의 싸움에서 본질은 잊혀져 간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꽃할배’ 운운하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의 남북회담 동행을 거듭 제안했다. 이미 야권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임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연스럽게 ‘대야(對野) 압박’의 뜻으로 읽혔다. 당장 한국당은 “졸(卒) 취급하냐”며 반발했고, 바른미래당도 “임 실장은 ‘자기 정치’를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이번 남북회담 초청은 ‘무리수(無理手)’라기 보다는 ‘패착(敗着)’에 가깝다. 야권에 비판의 빌미를 줬다는 게 그 까닭이다. 이는 야권뿐 아니라 국회의장단을 초청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조율이 없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별도의 남북 교류를 추진하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보기에 청와대의 방북 제안은 어쩌면 ‘호구(虎口)’ 안에 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였으리라. 우리나라는 엄연한 삼권분립의 나라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훈수(訓手)’를 두는 입장에서 보면 국회도, 특히 야권도 책임을 면하긴 힘들 것 같다. 앞서 두 차례 남북이 만나 평화를 논하는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되물었을 때, 야권은 과연 진정성 있는 답을 할 수 있을까. 청와대처럼 야권도 남북회담을 ‘대여(對與) 압박’ 카드로만 사용하진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듯 지리멸렬한 ‘수싸움’이 이어지는 사이 남북회담의 시간은 다가왔다. 남북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는 서로가 ‘불계패(不計敗)’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단 접어둬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외 정세의 ‘초시계’는 묵묵히 흐르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동사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