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 모터쇼 참석 예상..."그룹 입지 다지기 포석"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 후 남북 정상회담 참석이 아닌 미국행을 결정한 이유가 주목된다. 미국 관세 문제와 미래차 사업 공동전선 구축 등 그룹의 생존을 좌우할 현안을 해결해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 후 남북 정상회담 참석이 아닌 미국행을 결정한 이유가 주목된다. 미국 관세 폭탄 문제와 미래 자동차 사업 공동전선 구축 등 그룹의 생존을 좌우할 현안에 대해서 더욱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 제공


17일 현대차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16일 미국으로 출국한 후 현재 예정된 미팅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재계 총수들과 함께 방북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눈앞에 닥친 관세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현대차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무역확장법 자동차 부문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이 미 상무부장관 등을 만나 심도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입장에선 북한보다는 미국과 무역관련 관계 개선이 최우선이다. 현재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를 비롯한 철강이나 알루미늄 등 수입물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수입차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 그룹은 현대차, 기아차를 합쳐 약 3조5000억원 상당의 관세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치다. 

지난달 미국과 멕시코가 잠정 합의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안에 따르면 멕시코산 자동차의 수출 초과 물량에 대해 25% 관세 적용을 합의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도 초과 물량에 대해 차등 관세 부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국과 멕시코의 NAFTA 개정안이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기아차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에서 프라이드(미국 모델명 리오)와 K3(미국 모델명 포르테)를 생산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멕시코에 생산공장이 없다.

두 회사의 판매 실적 대부분이 G2(미국·중국)시장에서 나오는 만큼 이번 사안은 필수로 해결해야만 하는 처지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한 62만8611대로 지난 2015년 양사가 미국 시장에서 76만대를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관련시장에 투자를 본격화하기 전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17%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된 후 첫 공식 행사인 남북회담 참석도 중요하지만 그룹 현안에 당면한 과제 해결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유일한 승계자인 만큼 미국과 협의를 통해 현대기아차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되거나 관세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경우 그룹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 관세 폭탄 문제를 협의한 후 현대차의 미래 자동차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음달 파리모터쇼로 무대를 옮겨 현대차그룹의 미래 차 비전을 밝힐 예정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파리모터쇼에서  i30 N과 벨로스터 N에 이어 ‘i30 패스트팩 N’을 추가로 내놓는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파리모터쇼 현장을 직접 챙길지에 대해서는 현재 조율 중”이라고 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